"태풍을 이겨낸 고흥산 선장의 정신을 본받자"
지난 8월 31일, 우리나라 최서남단의 작은 섬인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를 덮친 제12호 태풍 프라피룬에 맞서 6시간동안 바다 위에서 사투를 벌이며 끝까지 배를 지켜낸 해두호(3톤) 선장 고흥산(63)씨의 정신을 이어받기 위한 기념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신안군청 문화관광과의 한 관계자는 "역경에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는 교훈을 몸소 보여준 고씨의 정신을 기념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시민들의 전화가 많았다"며 "고씨가 태풍과 싸운 주무대인 가거도를 관광명소화하고, 해두호 관람이벤트 등 효율적인 홍보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태풍과 싸워 이긴 노인
태풍 사오마이 북상,고씨 목포로 피항
추석연휴, 감동에 휩싸인 네티즌들
살아갈 길이 막연한 가거도 주민들
아름다운 외딴섬 가거도
또한 지난 9월 고씨를 직접 방문해 격려와 함께 금일봉을 전달한 신안군의회 최연동 의원(민주당, 흑산면)도 "고씨의 치료비 전액을 군에서 부담키로 했다"며 "군 차원에서 기념사업을 추진한다면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전했다.
당사자인 고씨 또한 요즘 심심찮게 걸려오는 격려전화와 방송국의 취재요청에 흐뭇함을 감추지 못한다.
"고생하셨습니다. 하지만 다음 태풍에는 꼭 대피하셔야 합니다"
지난달 태풍 때 크게 다친 부인 임복진(63)씨가 입원해 있는 목포 한국병원으로 최공인 신안군수가 찾아온 것을 비롯해, 신안군의회 의원들과 신안군청 관계자들은 병원으로 찾아오거나 전화를 통해 안부를 묻는 등 고씨의 무사귀환을 축하했다.
또 인터넷과 신문을 통해 고씨의 소식을 들은 친척들도 가거도 집으로 전화를 해 기쁨을 함께 나누기도 했다.
"대부분이 모르는 사람 전화라 뭔 얘길 할 지 몰라서, 그냥 고맙다고만 했지"라는 고씨는 "태풍이 지나가고 다시 바다로 나갔을 때, 솔직히 불안했었지, 하지만 자꾸 사람들이 힘내라고 전화해주고 하니까 맘이 편해지더라구"라며 관심을 갖고 전화해 준 사람들에게 깊은 고마움을 전했다.
고씨의 이야기가 보도된 후, 가거도는 태풍관련 소식에서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지역이 됐고, 고씨 역시 벌써 서너차례 TV에 출연한 '가거도 스타'가 됐다.
하지만 고씨는 아직도 이른 새벽 그물을 치며, 바다와 싸우는 작은 어촌 노인의 모습 그대로이다.
"다시 태풍이 오면 또 그러지 말고 피하라는 사람들이 많아서 약속을 했지, 다음 태풍에 미리미리 대피할 거야"
한편 태풍이 지나간 상처가 아물지않은 가거도 해안에는 10여척의 어선이 수리가 끝나지 않아 육지 위에 올라와 있고, 목포 조선소로 갔던 배 15척 가운데 아직 8척이나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6일, 고씨의 해두호와 대풍호 등 총 9척이 조업을 시작한 가거도항은 예전만 못하지만 태풍 이후 모처럼 북적거렸다.
신안군청 해양수산과는 "약 240억원의 복구비가 소요될 것이며, 그 가운데 20억 정도를 선박수리에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현재 중앙재해대책본부에 복구계획을 제출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의 '선수리 후지원' 방침으로 인해 어민들이 정부지원금과 융자를 받을 수 있을 때까지는 아직 1개월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이며, 당장 수리비가 없는 영세한 어민들은 어선을 수리하지 못한 채 '선지원 후수리'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독자의견쓰기
최건일/동아닷컴 기자gaegoo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