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의 라마교를 숭배했던 청나라 황제들은 멀고 먼 티베트까지 찾아가기가 만만치 않게되자 중국 안에 티베트의 사원과 궁궐을 모방한 도시 ‘청더(承德)’를 만들어 그곳으로 종교순례 겸 피서를 갔다. 세속에서 가장 화려한 삶을 살았던 황제들이 티베트를 동경한 것은 그들이 추구했던 물질문명과 동떨어진 정신의 나라를 만들어 지상에서 내세의 삶을 살아간 곳이 바로 티베트였기 때문일 것이다.
불교의 이상향인 수미산(須彌山)과 동양문화의 보고인 둔황(敦煌)을 품고 산과 모래바람과 불교문화가 어우러진 신비로 온몸을 휘감고 있는 티베트. 국내에서 불교를 공부한 후 티베트를 돌아다니며 공부했고 지금은 ‘티베트문화연구소’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저자는 이 신비의 나라 구석구석을 뒤지며 여행을 안내한다.
수미산 또는 수메르라고 알려진 ‘카일라스산’. 저자는 이 산을 보고 “그냥 한 번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무릎을 꿇게 하는 기가 뿜어져 나오는 산”이라며 “산을 정복함으로써 얻는 희열보다 산을 받아들여 자신을 완성시키는 기쁨을 얻는 것이 동양정신의 요체”임을 이야기한다. 이 산은 불교의 성산(聖山)이기에 앞서 힌두교 신화의 중심이었고, 자이나교와 티베트의 종교인 뵌포교의 모태였다.
저자는 이렇게 독자를 티베트의 신비로 이끌고 들어가는 한편, 이 신비스런 산이 천상이 아닌 지상의 한 여행지임을 친절하게 안내해 준다.
“카일라스는 몇 가지 사항, 즉 허가증 교통편 준비물의 필요조건이 충족돼야 갈 수 있는 곳이다. 라싸, 카슈카르, 쟝무 어느 곳에서 출발하든 ‘변경 여행 허가증’은 필수적이다.… 대개 라싸에서 출발하는 경우 랜드쿠르저와 트럭, 그리고 가이드를 함께 묶어 여행사와 계약하면 그들이 대신 허가를 신청해 준다. 개인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팀을 짜 4∼5명 기준으로 하면 일인당 비용은 약 5∼6백 달러 정도 든다.”
시원시원한 사진과 친절한 지도도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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