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모글리예요. 늑대 틈에서 자라난 정글의 아이죠. 걸음마를 할 무렵 엄마 아빠와 함께 정글에 있다가 호랑이 시어 칸의 습격을 받자 부모는 달아나 버리고, 늑대 우두머리인 아켈라가 저를 구해 줬어요.
호랑이 앞에 아기를 버리고 도망가다니, 무정한 부모라구요? 그렇지 않아요. 그건 아주 근원적인 자연의 법칙이랍니다. 제 이야기는 그렇게 정글 세계와 인간 세계의 법칙에 대해서 알려주는 엄숙한 대서사시예요. 지도자의 힘이 약해지면 밀려나고, 새 지도자 역시 다음 지도자에게 자리를 넘겨줘야 하는 법칙, 힘을 키우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법칙, 인간 아이는 결국 인간 세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법칙 같은 것 말예요. 그리고 인간 세상에도 동물 세상에도, 비열하고 뻔뻔하고 위험한 자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도 알려 주지요.
하지만 제 이야기에 그렇게 무섭고 살벌한 세상만 펼쳐지는 건 아녜요. 오히려, 그런 험한 세상도 지혜와 사랑과 협동으로 맞서면 결국 승리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준답니다. 저는 곰 바루가 가르쳐준 ‘만능 언어’ 덕분에 원숭이 떼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요(배우기는 정말 힘들었지만요). 또 ‘용감한 가슴과 공손한 혀’를 가지고 무서운 비단뱀도 제 편으로 만들 수 있었어요. 정글에서 배운 ‘감정을 다스릴 줄 아는 법’을 가지고 인간 세상에서 꿋꿋하게 살아갈 수도 있었구요. 그리고 마침내 물소를 이용한 전략과 늑대 형제들의 도움으로, 10년 동안이나 끈질기게 저를 노리던 시어 칸을 없애버릴 수 있었지요.
저는 그렇게, 동물 세상과 인간 세상을 넘나들며 제 자리를 찾고 성장합니다. 어느 한 곳을 골라 자리잡기는 참 힘들었어요. 두 세상 모두 저를 감싸주는 친구들과 미워하는 적들이 함께 있거든요. 정글에서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쫓겨났는데, 마을에서는 늑대라고 저를 몰아내더군요. 그래도 아이들이 크면 결국은 어른이 되어야 하듯 저도 결국은 그 모든 혼란을 극복하고 사람들 마을로 들어가게 되지요.
제 이야기에서 정글을 어린 시절, 마을을 성인 시절로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럴 듯도 하네요. 제가 정글의 법칙을 잘 배워 늑대 지도자가 될 정도로 자란 뒤 당당하게 마을로 들어가듯, 아이들도 어린 시절의 혼란과 어려움을 이겨내야 완전한 어른이 될 수 있으니까요. 어린 시절이 정글이라니, 놀라우신가요? 제 이야기를 꼼꼼히 읽어 보세요. 얼마나 풍요로우면서도, 얼마나 엄숙하게 인생의 진실을 가르쳐주는 게 정글인지 아시게 될 거예요.
김 서 정(동화작가·공주영상정보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