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팀 결별―올림픽 출전 좌절―위 수술.’
끝이 보이지 않는 나락 속에 빠졌던 한국 마라톤의 기대주 김이용(26·상무·사진). 그가 22일 열리는 전통의 시카고마라톤에서 ‘재기의 레이스’를 펼친다.
1m68, 54㎏으로 마라톤에 적합한 체격 조건에다 천부적인 스피드와 심폐력, 순발력을 갖춰 ‘제2의 황영조’란 평을 들으며 기대주로 꼽혔던 김이용.
하지만 지난해 전 소속팀 코오롱과 결별하고 군 입대 과정을 거치면서 심각한 슬럼프에 빠졌고 2년전 한차례의 수술에도 불구하고 고질병처럼 따라다니던 위염까지 재발해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
결국 다시 수술대에 올랐고 길지 않는 마라톤 인생에 최대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독종’이란 별명답게 김이용은 수술 뒤 아무도 모르게 대관령으로 들어가 묵묵히 재활 훈련을 시작했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체력과 자신감을 회복해 돌아왔다.
김이용은 시카고마라톤에서 순위에 큰 기대를 걸고 있지는 않다. 3개월간의 훈련에도 불구하고 아직 몸이 완전치는 않기 때문. 올 겨울 동계 훈련을 더 가진 뒤 내년 3월 동아마라톤에서 이봉주의 한국 기록(2시간7분20초)을 경신하는 것이 김이용의 최대 목표다.
시카고마라톤은 이를 위한 준비 과정의 일환. 올 3월 동아마라톤에서도 레이스 도중 신물이 올라오고 구토가 나 제대로 뛰지 못한 뒤 한번도 경기에 출전하지 않아 경기 감각을 회복하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모제스 타누이, 자펫 코스게이 등 올림픽에 출전하지 않았던 ‘케냐 5인방’이 출전하는 시카고마라톤에서 이들과 함께 달리며 레이스 운영에 대해 한 수 배우겠다는 것이다.
김이용은 “대관령에서 처음 두 달 동안은 매일 2시간30분이란 시간을 정해둔 뒤 오로지 달리기만 했고 지난달부터 하루 30㎞를 뛰는 거리주를 시작해 아직 풀코스를 뛰는 것이 무리란 것은 알고 있다”며 “시카고대회에서는 무리하지 않고 2시간10분 이내로 뛰는 것을 1차 목표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김이용의 최고 기록은 98로테르담마라톤에서 수립한 2시간7분49초로 한국 선수로는 이봉주에 이은 역대 2위 기록이다.
hyangs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