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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제라티21]휴렛팩커드 CEO 칼리 피오리나

입력 | 2000-10-08 18:36:00


지난해 7월19일 로이터 AP등 유명 통신사들은 60년 역사의 보수적인 컴퓨터 제조업체 휴렛팩커드(HP)가 루슨트테크놀로지의 여사장 칼리 피오리나(45)를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한다는 뉴스를 긴급 타전했다. 스카우트비용은 무려 9000만달러(당시 환율로 약 1800억원)라는 천문학적인 액수.

이 소식을 접한 뉴욕증권거래소에서는 이날 HP의 주가가 갑자기 2.68달러나 뛰었다. 반면 같은날 루슨트테크놀로지의 주가는 별다른 악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피오리나씨가 떠났다는 이유만으로 1.87달러 떨어졌다. 투자자들의 시각은 정확했다. 취임 1년 뒤 HP의 주가가 29%나 급등한 것.

피오리나씨는 미국 역사상 가장 성공한 여성CEO. 다우존스공업평균지수를 구성하는 30대 대기업 가운데 최초의 여성CEO면서 남녀를 불문하고 현재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경영자를 꼽으라고 해도 GE의 잭 웰치회장과 함께 늘 빠지지 않는 이름이다.

피오리나씨는 스스로 ‘평범한 여자’라고 부르지만 이력은 결코 범상치 않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철학을 전공한 그는 MIT에서 공학석사를 마친 뒤 80년 AT&T에 입사,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AT&T에서 분리된 루슨트의 글로벌 서비스사업본부는 그가 과감한 정책을 구사해 2년만에 주가가 12배나 뛰기도 했다.

피오리나씨의 사회적 성공에 헌신적인 외조가 있었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 두번째 남편 프랭크는 98년 7월 아내를 돕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 ‘주부(主夫)’로 나섰다.

국내 경제연구기관들은 여성을 분류할 때 전문성은 있으나 모험성이 없는 여성형을 ‘신사임당형’으로 분류하고 전문성과 모험성을 모두 갖춘 여성형을 ‘피오리나형’으로 분류한다.

피오리나씨는 이제 성공한 현대 직업여성의 보통명사가 됐다.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