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이 부상속에서 심안을 떠가고 있다.
시즌 내내 홈런왕을 달리면서도 타율 3할에 대한 집착이 강했던 이승엽은 8일 현재 0.293을 달리고 있어 3할대 진입이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전년도 홈런, 타점, 출루율, 장타율에서 정상에 섰던 이승엽을 생각하면 빈약해 보일 수도 있는 성적.
현 성적의 주원인은 심적부담에서 오는 부상. 지난 8월 29일 대구에서 벌어진 해태전에 무리한 도루를 감행하다가 오른쪽 무릎 인대를 다쳐버린 이승엽은 이후 시드니 올림픽을 하기 전까지 일체 출장하지 못했다.
시드니에서 돌아와서 이제 좀 타격이 살아나려니 또 다시 부상을 당했다. 7일 잠실 두산전에서 상대 투수 구자운에게 오른쪽 새끼발가락을 맞은 것. 자기공명 촬영 결과 뼈에는 이상이 없다지만 시즌 처음으로 선발결장할 정도로 심각해 보인다. 삼성이 남종철 트레이너는 2~3일간의 치료와 휴식이면 정상적인 컨디션을 발휘할 것이라고 하지만 말처럼 쉬워보이진 않는 상황.
이같은 불리한 상황에서도 이승엽이 타격에 대해 심안을 뜨고 있다고 과감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현재의 성적보다는 지난해의 영광을 뒤로 하고 묵묵히 자신의 컨디션을 유지하려는 어린 선수의 의지 때문이다.
99년에 붙기 시작한 국민타자라는 수식어가 몸에 익기도 전에 부상 때문에, 상대의 견제 때문에 기대에 부응하는 성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시드니에서 보여준 그의 모습을 생각해 보라.
위기 상황(일본전)에서 스타의 모습을 보이며 일본의 자존심을 꺽어버린 그의 활약. 역시 스타는 위기에서 제 몫을 해내줄 아는 모양이다.
그리고 돌아와서 벌어진 프로야구. 팀은 플레이오프 직행이 가물가물한 상황에서 팀 전체의 분위기가 가라앉고 있는 상황이지만 30이 넘은 선수보다 팀의 주포로써 팀분위기를 이끌어가는데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자신의 성적보다 팀의 승리를 위해 홈런왕의 욕심을 버리는 자세. 그러면서도 "타격에는 불편함이 없다. 다만 코너를 돌 때와 수비할 때 좀 부담스럽다”며 “체력적인 부담 때문에 힘들었지만 이제는 몸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고 말하는 이승엽.
혹 삼성이 한국시리즈에 직행하지 못하더라도 이승엽은 작년과 올해를 거쳐 더욱 단단한 국민타자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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