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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s]오리지널과 오케스트라와의 만남

입력 | 2000-10-09 17:30:00


◇ Jethro Tull - [A Classic Case](1985)

영국의 아트 록 밴드 제쓰로 툴(Jethro Tull)은 플루트 연주자 이안 엔더슨(Ian Enderson)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클래시컬한 연주를 들려줄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그들의 이러한 클래시컬한 성향은 84년 데이빗 팔머(David Palmer) 지휘 하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녹음한 [A Classic Case]에서 잘 드러난다. 이 앨범은 제쓰로 툴의 멤버이기도 했던 데이빗 팔머가 제쓰로 툴의 곡을 관혁악으로 편곡한 것이다. 클래식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밴드의 구심점 이안 엔더슨이 작곡한 곡은 클래식 록으로 분류될 수 있는 것으로, 이미 오케스트레이션과 훌륭한 조화를 충분히 예상케 하는 것이다.

이 앨범에서 깊은 인상을 남기는 곡은, 1969년의 앨범 [Stand Up]에 수록됐던, 바흐 풍의 곡 'Bourre'. 곡 초반부에서 오케스트레이션과 이안 엔더슨의 플루트는 18세기풍의 고전적인 연주를 들려주지만 곧 워킹(Working) 베이스 주법에 이끌려 어느새 재즈적인 클라이막스에 이르게 된다.

그 클라이막스에 도달케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이안 엔더슨의 플루트 연주. 한쪽 다리로 서서 연주하는 기괴한 이 플루트 연주자는 기존에 들을 수 있었던 감미로운 플루트 연주 뿐 아니라 미처 상상할 수 없는 자유자재의 애드립에 이르기까지 독특한 플루트의 세계로 인도한다.

어느 한 곡을 거론하기 어려운 이 앨범에서 또 다른 인상 깊은 곡은 'Elegy'. 이미 심야 FM을 통해 익숙한 이 '비가'는 현악과 플루트의 가장 아름다운 앙상블이라 하기에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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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corpions - [Moment Of Glory - With Berliner Philharmoniker](2000)

독일 록 밴드의 자존심 스콜피온스(Scorpions)와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만남. 그것만으로도 이 앨범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69년 결성된 이래 30년간 활동해온 이 노장들은 본작을 통해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감행한다. 그러나 록과 클래식의 벽을 허무는 것은 더 이상 혁신적인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본작이 관심을 끌 수밖에 없는 것은 바로 베를린 필과의 협연이라는 점. '철옹성'이라 불릴 만큼 외도를 한 적이 없는, 창립 118년의 전통 있는 오케스트라와 록 밴드의 만남은 하나의 '사건'이다.

그러나 사실 스콜피온스와 베를린 필의 만남은 이 앨범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해 독일 통일 10주년을 맞아 스콜피온스는 베를린 필의 지휘자 크리스티안 클로노비츠의 편곡, 로스트로포비치에 의한 160명의 첼리스트의 지휘 아래 'Wind Of Change'를 연주했다. 본작은 그 첫 만남이 확대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앨범은 외형상 일반적인 오케스트라 협연 록 앨범과 크게 다를 것은 없다. 스콜피온스는 베를린 필과의 협연을 위해 기존의 곡을 크게 변형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전체적인 사운드를 리드해 나간다. 즉 스콜피온스가 선택한 것은 클래식에 경도되기보다는 원곡에 보다 충실한 가운데 관현악을 결합시키는 방식.

그렇기에 이 앨범은 록 음악을 과도하게 클래식 악기로 연주하는 실수를 범하지도 않고 있으며, 베를린 필은 스콜피온스의 음악을 배킹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나 베를린 필이 뒷받침하는 오케스트레이션은 단지 스콜피온스의 음악에 웅장함이나 비장미를 더하는 것만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전통만큼이나 때로는 서정적인, 때로는 현란하고 극적인, 다채로운 톤의 연주를 들려준다. 오프닝 곡 'Hurricane 2000('Rock Will Like A Hurricane'의 오케스트라 버전)'의 웅장함, 스콜피온스의 히트작 'Wind Of Change'에서의 서정성, 본작의 최대 하이트라트 'Deadly Sting Suite'의 화려하고 극적인 연주까지. 본작은 기존에 작곡된 록 음악이 클래식과 만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방식을 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Metallica - [S&M] (1999)

메탈리카(Metallica)의 [S&M]은 1999년 4월 21일과 22일 이틀간 샌 프란시스코에서 마이클 케이먼(Michael Kamen) 지휘 하에 샌 프란시스코 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으로 이뤄졌다. 메탈리카의 [S&M] 역시 스콜피온스와 마찬가지로 기존 곡의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오케스트레이션은 추가 연주 혹은 배킹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나 스콜피온스와 달리 메탈리카는 오케스트라와 만남에 있어 더욱 큰 위험을 안고 있다. 그들의 강력한 스래시 메탈 곡들이 오케스트레이션과 융화되는 데는 한계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메탈리카는 샌 프란시스코 심포니와의 만남을 성공적으로 이뤄낸다.

다만 그 성공은 오케스트레이션과의 완벽한 조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 성공은 그들의 음악이 오케스트레이션과 만남으로써 보다 강인한 비장미와 웅장함을 획득할 수 있었다는 데 기인한다. 특히 스콜피온스와의 앨범과 비교해 볼 때 메탈리카의 본작에서 오케스트레이션은 장대한 규모에 비해 전면적으로 두각을 나타내지 않는다. 메탈리카의 넘볼 수 없는 카리스마 때문일까. 그들의 강력한 헤비 기타 사운드는 현악 세션과 나름의 조화를 이루지만 현악이 빠진다고 해서 결코 소홀할 것도 없다.

[S&M]은 20세기 록과 클래식의 명작이자 스래시 메탈과 클래식이 만난 가장 획기적인 시도라 이름할 수 있지만 그 영예는 메탈리카에게 주어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Deep Purple - [In Conert With The London Symphony Orchestra](2000)

딥 퍼플(Deep Purple)의 [In Conert With The London Symphony Orchestra]는 기존 딥 퍼플의 곡을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한 앨범으로, 지난 해 9월 25일과 26일 이틀간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런던 로얄 알버트 홀에서 가진 라이브 실황이다.

폴 맨(Paul Mann)의 지휘 하에 이뤄진 이 라이브는 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 초까지 딥 퍼플의 인기곡들을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위해 재편곡해 연주된 것이다. 고출력의 헤비 메탈을 잉태시킨 장본인이라 할 수 있는 딥 퍼플이 클래식과의 만남을 시도한 것은 그리 뜻밖의 일이 아니다.

이들은 이미 1969년 [Concerto For Group And Orchestra]를 통해 클래식과의 결합을 이뤄낸 바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수없는 멤버의 교체 과정 속에서도 변함없이 밴드를 지켜온 키보디스트 존 로드(Jon Lord)의 영향이 지배적이다. 그는 다름 아닌 클래식 피아노 전공자였고 클래식과의 결합은 그의 또 다른 음악적 능력의 표현이다.

이 앨범에는 존 로드 솔로 시절의 곡을 비롯해 이언 길런의 솔로 앨범과 그가 로저 글로버와 함께 한 듀오 앨범, 스티브 모스의 딕스 드레그스 시절의 곡 등을 수록하고 있으며, 딥 퍼플 시절의 세 곡 등 기존의 곡들을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으로 새롭게 들려주고 있다.

그러나 전체적인 사운드는 관현악 중심의 사운드가 아닌 원곡의 분위기를 살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메탈리카(Metallica)나 스콜피언스(Scorpions)가 발표한 오케스트라 협연 앨범에서 들을 수 있는 장대한 현악 세션을 만나기보다는 브라스 세션으로 록큰롤의 경쾌함을 살리고 있다.

애초에 클래시컬한 곡을 염두에 두고 작곡한, 존 로드의 곡 'Pictured Within'이나 'Wait A While'에서 보다 서정적인 현악 세션을 만날 수 있는 정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두 번째 CD에서는 본격적으로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시도하고 있다. 'Concerto For Goup And Orchestra - Movement 1, 2, 3'의 세 곡은 곡명에서 알 수 있듯 1969년 앨범 [Concerto For Goup And Orchestra]에 수록된 곡들로, 런던 심포니와의 협연을 통해 재현한 것이다. 이 세 곡이 끝나면 다시 딥 퍼플 본연의 록 사운드를 만날 수 있다. 스티브 모스가 가입되고 난 후에 만들어진 세 곡과 딥 퍼플 최고의 명곡 'Smoke On The Water'에 이르기까지.

이 작품들 외에 기존의 곡을 클래식과 접목시킨 앨범은 영국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프로콜 하럼(Procol Harum)의 1972년 앨범 [Live In Concert With The Edmonton Symphony Orchestra And Da Camera Singers]가 있다. 1971년 라이브 실황을 담은 이 앨범은 오케스트라와 완벽한 조화를 이룬 또 다른 앨범으로 호평을 받는 작품으로, 프로콜 하럼은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위해 기존의 곡 중 장중한 성향의 곡들을 이 앨범에 담았다. 특히 이 앨범에서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기는 곡은, 성가대와 함께한 'Conquistador'.

조은미 jamogue@tubemusi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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