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최고의 식당 평가 책자인 '미슐랭 가이드'의 책임자로 영국인이 선정돼 프랑스인들이 술렁거리고 있다. 미슐랭 가이드에 의해 별(최고는 별 셋)을 받는 것이 모든 프랑스 요리사들의 꿈일 정도로 미슐랭의 평가는 프랑스 요식업계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프랑스인들의 자존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책의 책임자로 선정된 사람은 영국인 데릭 브라운씨(55). 미슐랭 100년 역사상 외국인이 책임자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르 피가로지는 6일 유고 사태로 전면을 덮은 1면 한 귀퉁이를 할애해 '미식계의 이변'이란 제목으로 브라운씨의 취임소식을 전했으며 시사주간지 르푸엥은 "(영국인의 취임은) 스캔들이며 앞으로 미슐랭은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고 비판의 화살을 날렸다.
그러나 미슐랭측은 "국적이 문제가 될 수 없다"며 "프랑스 요리를 높이 평가하고 있는 영국인들 가운데서 진정한 감식가를 찾아낼 수 있었다"고 반박했다. 미슐랭측은 "브라운씨는 국제 경험과 미슐랭의 전통을 이어가는데 필요한 자격을 갖춘 사람"이라고 추켜올렸다.
호텔학교를 졸업한 뒤 71년 영국 아일랜드판 미슐랭 가이드의 평가요원으로 미슐랭에 입사한 브라운씨는 수석평가원을 거쳐 영국아일랜드판 미슐랭 가이드의 주간을 역임한 뒤 지난 4년동안 동아시아 담당 홍보책임자로 일했다.
타이어로 유명한 프랑스 미슐랭사가 1900년 타이어 구매 고객에게 무료로 나눠주던 자동차여행 안내책자에서 출발한 미슐랭 가이드는 음식맛 가격 분위기 서비스 등을 바탕으로 일정 수의 식당을 엄선하고 다시 이들 가운데 뛰어난 식당에 별을 부여해 등급을 매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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