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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가투자자에게]김상훈 국민은행장 "부실은행과는 합병없다"

입력 | 2000-10-09 18:30:00


“결심만 서면 언제든지 시작할 수 있지. 재무상황도 좋아졌으니까….”

6일 오전 집무실에서 만난 김상훈(金商勳) 국민은행장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에 대한 질문에 자신있게 대답했다.

이번 결산기말인 올 연말이면 7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둬 자산이익률(ROA) 1%, 자기자본이익률(ROE) 15% 등 수익성 기준을 너끈히 맞출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

“아직은 시장에 대놓고 얘기할 단계는 아닌데….하지만 (주택은행도 상장했으니) 우리도 검토를 해야겠지.”

상장과 관련해서는 방식과 시기가 중요하다는 뜻으로 들렸다.

그런데 지금 김행장 앞에는 미 증시 상장보다 훨씬 다급한 문제가 놓여있다. 은행합병 문제다.

“국민은행의 합병상대는 우량은행이예요. 공적자금 투입은행과는 안해. 공적자금 들어가면 이들도 우량은행이 되는 것 아니냐’하고 자꾸 되묻던데, 왜 자꾸 결부시키려 하는지…. 정말 답답해.”

그리고는 암기하듯 또박또박 말한다.

“합병도 주주를 위해 하는 거야.주가가 오르지 않는 합병은 안해요.합병에는 3분의 2 이상 주주의 찬성이 필요해. 국민은행 주주의 53%가 외국인이야. 골드만삭스가 합병조건에 사전동의를 해줘야만 해요.”

그는 ‘한미 하나은행이 장기신용은행과 융화하지 못한 국민은행의 보수적인 문화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금융가 루머에 깊은 유감을 나타냈다.

“구 국민 출신 직원은 1만1000여명 남아있어. 장은 출신은 합병당시 750명에서 290명이 떠나고 460명 남았지. 비율로는 24:1이야. 그런데 본점 상무이사 8명중 2명, 본점 부·실장 37명중 11명이 장은 출신이야. 이래도 푸대접이요?”

합병과 미 증시 상장 문제에서 김행장이 보이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그는 국민은행이 이번 결산기를 계기로 기업실적 면에서 라이벌인 주택은행을 제치고 최우량은행의 지위를 탈환할 수 있다는 확신을 거듭 내비쳤다.

6월말까지 순이익이 2287억원으로 주택(3752억원)에 뒤졌으나 9월말 기준으론 5200억∼5300억원으로 주택은행(4500억원)을 벌써 따돌렸다는 것.

“2차 기업퇴출이 이뤄져도 충당금을 더 쌓지 않아도 돼. 장은에서 기업여신을 인수하면서 기업여신 비중이 65%나 되지만 부실기업이 시중은행 중에서 가장 적은 편이예요.”

김행장의 자신감은 “올들어 네 번이나 수신금리를 내렸다. 앞으로도 시장상황과 물가를 봐가면서 수신금리를 선도적으로 내리겠다”는 말에서도 드러난다.

그러니 주가에 불만이 없을 리 없다. 국민은행 주가는 연초 1만9750원에서 1만3700원으로 빠졌다. 행장선임 당시인 3월중순과 비교하면 강보합 수준. 그는 이익이 확정되는 연말쯤 구체적인 주가부양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NYSE상장에 대한 전문가들의 시각=김행장은 3월 취임 직후 “미국시장에서 주식예탁증서(ADR)를 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때 말한 ADR 발행은 이른바‘1안’로 불리는 장외시장에서의 주식발행. 그러나 이 계획은 최대주주인 골드만삭스(지분 11.07%)가 기왕 미 증시에 들어가려면 장내상장이 훨씬 효과적 이라며 반대하는 바람에 폐기됐다.

장내상장도 2가지 방안이 있다. 기존의 국내주식이나 런던DR를 뉴욕DR(ADR)로 전환하는 방식(2안)과 아예 신주를 발행하는 것(3안). 국민은행은 가장 효과가 강력한 3안 을 선호하고 있다.

장내상장을 할 경우 올 연말이면 상장절차가 아주 간편해진다. 상장 신청을 하려면 최소한 2개 회계연도의 재무제표를 내야 하는데 올 연말 이전에 상장을 하면 98회계연도(98년 1∼12월)의 재무제표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99년1월 장기신용은행과 합병했기 때문.

애널리스트들은 국민은행이 주택은행 ADR의 주가 추이를 봐가면서 주택처럼 ‘2안’이 아닌 ‘3안’의 정공법으로 내년 상반기쯤 상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lc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