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충북도청에서는 남북 이산가족들보다 훨씬 더 긴 세월동안 생이별의 아픔을 앓아온 혈육과 친족들의 상봉이 이뤄졌다.
일제의 만주개발정책에 따라 1938년 강제이주를 당한 뒤 해방 후 그대로 중국 지린(吉林)성 투먼(圖們)시 팅옌(亭岩)촌에 눌러 살아온 충북 청원 옥천 보은 출신 조선족 32명은 이날 62년만에 그리던 형제 자매와 친척들을 만났다.
이날 오전 11시 충북도청 대회의실. “너희들이 복식이 정순이?” “복순이 언니 맞지.”
박복순(朴福順·77·옥천군 탄부면)씨는 여동생 복식(福植·72), 정순(貞順·66)씨를 보자 와락 끌어안았다. 세 자매의 고운 한복은 금세 눈물로 범벅이 됐다.
일찍 출가해 당시 강제이주 명단에서 제외됐었다는 복순씨는 “식구들이 급한 나머지 연락도 하지않고 떠나버려 갑자기 친정이 없어진 꼴이 됐었다”며 흐느꼈다. 동생들은 “같이 갔으면 더 고생했을 것”이라며 “부모님은 생전에 언니를 못잊어했다”고 위로했다.
조선족 박찬용(朴贊用·71)씨는 “군위안부 징집을 피해 중국에 왔다가 결혼한 아내(한옥림)가 건강 때문에 동행 못하니 대신 처남 등을 만나보고 오라고 눈물로 당부했다”고 전했다.
이들이 그동안 고향을 찾지 못한 것은 여비를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 경제적인 장벽은 이념적인 장벽보다도 길었던 셈이다. 게다가 중국 정부가 도주 등을 우려해 비자를 잘 내주지 않은 것도 걸림돌이 됐다.
이번 상봉은 수년전부터 팅옌촌을 드나들며 민속교류를 해온 청주시농악보존회(회장 임동철·林東喆·충북대 국문과교수)와 충북도가 경비를 지원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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