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자아의 진실을 두고 동시대인 전체의 이름으로 칼질을 해대는 이 사회의 야만성에 나는 깊이 절망했다."
시사주간지 방담 기사로 파문을 일으킨 시사저널 김훈 편집국장이 지난 7일 사직서를 쓴 뒤 남긴 말이다. 그가 등장했던 코너 제목은 '쾌도난담'. 사퇴의 변은 '쾌도난마'처럼 들린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9일 오후 현재 김국장은 누구와도 연락을 끊고 있다.
김국장은 사표제출에 앞서 6일 오후 시사저널 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김국장은 이자리에서 쾌도난담에 등장하게 된 배경과 문제의 발언을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기자는 "김국장과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히고 "김국장의 사표수리가 아직 되지않은 만큼 김국장은 아직 시사저널을 떠났다고 볼 수 없어 자세히 이야기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최근 발행된 시사주간지 '한겨레21'의 '쾌도난담-위악인가 진심인가'에 나와 △남성과 여성 △민중예술과 거대담론 △통일문제 △재벌세습 △조선일보관 등 대해 언급한 바 있다.
◆한겨레 21기사보기
김씨의 '지론'이 나간뒤 인터넷에는 그의 발언을 비난하는 글이 폭주했다. 또 시사저널의 한 기자는 '모시고 있는 국장의 소신에 실망'해 항의사표를 쓰기도 했다.
인터넷에는 "(김훈씨가)남한사회에서 자칭 지식인이자 엘리트로 자청하며 여론 주도층으로 행세하려 한다는 사실이 섬뜩하다" "(김훈씨는) 최근의 김영삼을 닮아가고 있다" "애독했던 시사저널과 '자전거여행'(김훈씨의 최근 저서)을 미련없이 폐지 수거함에 버릴 것이다" 등의 비난의 글이 줄을 이었다.
반면 "(여론의 뭇매를 맞을 것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그같은 발언을 한 것은) 그만큼 순수하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모든 이들이 저항적 투사가 되어야 한다는 기대감은 일상적 파시즘의 변종이 아닐까. 잘못된 것이 아니라 다를 뿐이다" 등 소수의 옹호론도 있었다.
언론계에서 '문장의 달인'으로 알려진 김씨는 한국일보 문화부기자를 거쳐 시사저널 편집국장 국민일보 출판국장 등을 역임했으며 '내가 읽은 책과 세상' '선택과 옹호' '풍경과 상처' '빗살무늬 토기의 추억' '자전거 여행'등 많은 책을 썼다.
연제호/동아닷컴기자 so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