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박찬호가 존경스러워 보이네.” 시드니 올림픽 때다. 두산 김인식감독은 미국과의 연습경기가 끝난 뒤 이렇게 내뱉었다.
마이너리그 선수로 구성된 미국이 에이스급 투수가 등판한 한국 마운드를 0―15로 초토화시킨 데 대한 소감이었다. 무려 30개의 구단이 각각 6, 7팀을 보유하고 있는 마이너리그가 이러할 진데 메이저리그의 벽은 얼마나 높을 것인가.
국내의 많은 팬은 김병현이 시즌 초반 맹활약을 하자 박찬호와 동일선상에 두고 비교했다. 그러나 김병현은 아직은 박찬호와 단순 비교해선 안될 정도로 경험, 스타일, 역할 등에서 차이가 나는 약관 21세의 메이저리그 2년차 투수다.
따라서 필자는 여러 면에서 김병현의 내년도 활약을 유심히 지켜보려 한다.
1m78의 ‘단신’이 물밑에서 쏘아올리는 잠수함 투구가 내년에도 통할 것인지. 111개의 탈삼진으로 구원투수 탈삼진 1위인 그가 경기당 14.14개의 탈삼진 비율로 메이저리그 1위란 화려한 수치에 계속 집착할 것인지, 입이 짧은 그가 핫도그 햄버거 피자 중심의 식사에서 탈피하여 생선 콩 등의 식단으로 식성을 바꾸면서 체력유지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 과로와 근육피로로 생긴 손목의 물혹이 재발하지나 않을 것인지, 새로운 감독이 그에게 어떤 보직을 부여할 것인지 등은 그의 위상이 결정될 내년 봄 캠프 때까지 흥미를 더해 줄 것으로 보인다.
신세대인 그가 내년에 우리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금의환향’의 들뜨기 쉬운 분위기와 주위의 얄팍한 상혼에 휩쓸리지 않는 철저한 자기관리가 귀국기간 중 우선돼야 할 것이다. 야구선수는 야구를 잘 하는 게 우선인 때문이다.(야구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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