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울대공원이 지난해 북한에서 반입해 사육하고 있던 백두산호랑이를 비롯해 반달곰, 여우, 살쾡이 등을 공개했다. 이들 동물은 사라져 가는 우리 야생동물의 씨를 잇는다는 대단히 중요한 목적을 위해 들여온 것이다. 이들을 과학적인 계획 하에 번식 및 보전시켜 나간다면 먼 훗날 남북이 통일되고 비무장지대가 야생동물보호지역이 되었을 때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낼 수 있는 기회도 갖게 될 것이다.
야생동물 보전에 있어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방법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존해 동물들이 살 수 있는 터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이것을 ‘서식지 내 보전’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상적인 서식지 내 보전은 꿈에서만 존재할 뿐 실제로는 매일 반대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현실을 인정하고 멸종위기 종들을 일시적으로 동물원과 같은 보전기관에 수용하고 번식시켜 그 명맥을 잇게 했다가 훗날 기회가 되면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낼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서식지 외 보전’이다.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서식지 외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해 환경부는 4월 12일 국내 최초로 서울대공원을 ‘서식지 외 보전기관’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지정하는 것만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필요한 것은 과학적인 시설과 전문가에 의한 번식계획 및 연구이다.
지난해 북한에서 동물들이 들어 온 이후 서울대공원과 서울대 수의과대학은 공동으로 야생동물의 체계적인 번식 및 보전을 위한 연구를 시작했고 이의 지속적인 수행을 위한 지원을 서울시와 환경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은 거부됐으며 서울시도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할 예정이라 하니 이 사업의 원활한 추진 여부가 불투명하게 됐다.
백두산호랑이의 씨를 보전하기 위한 이 사업에 정부와 서울시의 지원을 다시 한번 호소한다. 호랑이는 88서울올림픽의 마스코트였고 지금 서울시를 상징하는 캐릭터이다. 대한민국 정부와 서울시는 호랑이에게 적어도 로열티는 지불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항(서울대 교수·수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