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 가을 하늘아래 한국적 미감이 물씬 풍기는 색면추상 전시가 동시에 열린다.
21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선화랑(02―734―0458)에서 열리는 재불화가 이종혁(62)씨의 근작전. ‘평면색채에서 느껴지는 조각적인 입체감’으로 표현되는 작품의 특징이 이번 전시에도 잘 드러난다.
그는 화가로 돌아선 조각가다. 서울대 미대 조각과를 졸업하고 63년 프랑스로 건너가 에콜 드 보자르에서도 조각 수업을 받았다. 그 후에야 아카데미 드 프에서 회화를 공부했다.
이씨의 회화는 전통 조각보처럼 여러 색면으로 구성된 면분할 형식을 취하고 있다. 면과 면, 색과 색이 만나는 접점인 선을 한참 보고 있노라면 앞으로 튀어나오고 뒤로 밀려나는 입체감이 느껴진다. 미술계에서 탄탄한 입지를 굳힌 이종상 곽훈 이융세 김차섭씨 등이 그의 서울미대 동기생이다. 동서를 넘나드는 공부에 욕심이 많은 최선호씨(43)는 전통 염색의 색상을 주조로 단아한 색면추상화를 발표한다. 12∼28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예화랑(02―542―5543).
쪽 다홍 치자 연두 자주 등 서양 아크릴이나 오일 페인팅에서는 볼 수 없는 작가만의 독특하고 그윽한 색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서울대 미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졸업후에는 간송미술관에서 한국미술을 8년간 연구하고 88년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대 대학원에서 현대미술을 공부했다. 당시 유행하던 미니멀리즘에서 발견한 것은 전통 조선가구의 엄정한 절제미. 하지만 작품속의 단순함과 간결함은 서양의 미니멀리즘과는 달리 따뜻하고 인간적인 깊이를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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