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열도가 ‘ON대결’에 흥분하고 있다. ‘ON’은 프로야구 다이에 호크스의 감독 오 사다하루(王貞治·왕정치)의 영어이름 앞글자 ‘O’와 요미우리 자이언츠 나가시마 시게오(長嶋茂雄)감독의 ‘N’을 합쳐 만든 말. 일본 시리즈 9연패의 신화를 일궈낸 최고의 야구 명문 자이언츠에서 선수시절 한솥밥을 먹던 두 사람이 감독으로 맞붙는 것이다.
각 6개 팀으로 이뤄진 올 페넌트 레이스에서 오감독은 퍼시픽리그를, 나가시마 감독은 센트럴리그를 제패했다. 양 팀은 21일부터 7전4선승제로 왕중왕을 가리는 일본 시리즈를 벌인다. ‘ON대결’은 바로 일본 시리즈를 가리키는 말이다.
일본 시리즈가 벌어지면 보통은 강타자나 투수가 관심의 초점이 된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감독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뉴스의 초점이 되고 있다. 이는 두 사람 이 선수시절 치열한 경쟁을 벌여온 ‘숙명의 라이벌’이기 때문이다. 언론들은 이번 일본 시리즈를 ‘꿈의 대결’ ‘거성(巨星)격돌’ ‘20세기 마지막 빅카드’ 등으로 표현하고 있다. 일본야구가 배출한 최고의 선수들이 감독으로서 첫 대결을 벌인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
오감독은 ‘외다리타법의 홈런타자’로, 나가시마 감독은 ‘투타주(投打走) 3박자를 갖춘 야구의 달인’으로서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업계에서는 ‘ON대결’이 2000억엔 정도의 경기부양 효과를 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입장권은 전부 매진되고 방영권과 이에 따른 광고비도 급등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또 자이언츠가 승리하면 연고업체인 미쓰코시(三越)백화점이, 다이에가 우승하면 계열사인 로손과 연고지인 후쿠오카(福岡)유통업체들이 대대적인 세일을 예정하고 있다. 일부 금융기관은 일본시리즈가 ‘ON대결’이 되면 이자율을 높여주는 상품을 개발해 이미 재미를 톡톡히 보기도 했다.
현재로서는 올해 거액을 주고 거물급 선수를 보강한 자이언츠가 이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자이언츠로서는 ‘지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는 기대가 오히려 부담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