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은행과 연애 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합병이라는 게 상대가 있는 것이라서 ….
우량은행 합병이 곧 가시화할 것이라고 정부가 장담할 때마다 가장 먼저 떠올리는 조합은 하나-한미의 결혼 . 9일 만난 김승유(金勝猷) 하나은행장은 이 시나리오에 대해 의외로 선선히 수긍했다. 하지만 만일의 상황에 대비, 바람막이 를 쳐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한미와 합친다면서요.
(저보다) 기자들이 더 잘 알던데요. 한미은행과 전산관련 합작 자회사를 세우기로 한 다음부터 부쩍 그런 얘기가 많아졌어요. 98년 5대은행 퇴출 때 하나는 충청은행을, 한미는 경기은행은 인수해 지역기반도 많이 다른 편입니다. 가장 가능성이 높다는 걸 부인하진 않겠습니다.
-합병이 과연 절실한가요.
은행산업도 규모의 경제가 필요합니다. 최소한 자산규모가 100조원 이상은 돼야 경쟁력이 있다고 계속 주장해 왔습니다.
-자산규모 100조원이면 하나와 한미를 합쳐도 부족한데.(하나는 50조원, 한미는 31조원)
합병과 동시에 100조원이 돼야 한다는 건 아니고…. 합병후 성장가능성을 감안하면 충분한 거 아닙니까.
-주택이나 국민은행을 끌어들이면 당장 100조원이 넘는데….
중요한 건 직원들의 생각입니다. 합병후 얼마나 능동적으로 일할 준비가 돼있느냐가 관건이지요.
에둘러 말했지만 주택 국민 등 대형은행과의 합병은 아직 별 관심이 없다는 생각인 듯 했다.그는 대주주(알리안츠·지분율 12.46%)도 합병이나 증자나 경영진의 결정을 지지하겠다 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그러면 정부의 공언대로 10월 중 한미와의 합병을 발표할 수도 있겠네요.
그쪽 사정도 있기 때문에 이달 중에는 어렵지 않나 생각합니다. 하지만 시간을 끌 필요는 없습니다.
-평소 은행합병의 성패를 가름할 요인으로 기업문화의 동질성을 강조하셨는데 하나은행의 기업문화라면.
원래 단자회사(한국투자금융) 출신이다보니 시장지향적, 고객지향적입니다. 더 원초적으로 말하자면 장사꾼 기질이 있습니다. 전에는 우리보고 돈장사하는 놈들 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지금이야 그게 뭐 흉이 됩니까.
-부실기업 퇴출에 대해.
사실 은행합병보다 더 중요한 현안이 부실기업 퇴출입니다. 이번에도 꽤 많은 기업을 평가대상으로 올린 것 같던데…. 한 100개 되나? 하지만 주채권관계를 맺고 있는 곳은 동원 세아제강 농심밖에 없습니다.
-하나은행의 현 주가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주당 본질가치가 1만1750원인데 주가가 7000원대니 상당히 저평가돼 있습니다. 시장상황이 안좋아서 그렇지, 여건만 바뀌면 오를 일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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