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왔건만 경제 전망이 어둡다는 말 등 들리는 것은 안좋은 얘기 뿐이고 도시의 하늘에는 희뿌연 스모그 뿐…. 답답한 마음 확 풀어 헤칠 곳 찾아 떠난 곳, 제부도(경기 화성군 서신면). 새콤달콤한 포도내음 맡으며 툭 터진 갯벌과 바다로 나가 초경량항공기에 몸을 싣고 높고 파란 가을 하늘로 날아 올랐다.》
바람쐬러 나선 길, ‘바람의 아들’이 되어 씽씽 달렸으면. 경기 일산에서 김포대교∼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101번)의 ‘장수’(42번국도)출구로 나와 서해안 고속도로를 이용, 경기 화성군의 비봉 톨게이트까지 가는 길은 40분간 시속 100㎞로 거침없이 달릴 수 있어 좋다. 남양 사강을 거쳐 서해 바다로 향하는 309번 지방도로. 곳곳에 바다의 향취가 배어 있다. 왕새우구이 바지락칼국수집 간판, 사강리 길 양편에 즐비한 생선회 식당과 다갈색 물통에 바지락이며 키조개 낙지 등을 담아 파는 노점 좌판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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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바다에 가까워 질수록 갯마을 비린내는 사라지고 새콤 달콤 농익은 포도향만 짙어 진다. 송산 서신 두 면을 뒤덮은 포도과수원의 ‘바다뜰 포도’ 향취다. 사강을 지나 제부도로 가는 317번, 마산포(어섬)행 306번 지방도로 주변은 온통 포도과수원이다. 차를 타고 달려도 상큼한 포도향이 코를 찌른다. 포도넝쿨 그늘 아래 흰 봉지에 싸인 채 주렁주렁 매달린 포도송이. 어찌나 탐나던지 차를 세우고 만져 보았다. 조금만 힘을 주어도 터질 만큼 탱글탱글한 포도알. 포도향이 사라질 날도 며칠 남지 않았으니 서둘러 가볼 일이다.
◇제부도
309번 지방도로의 끝은 화성군 서신면 제부리의 제부도 검문소. 여기서부터는 시커먼 뻘밭이다. 갯벌 한가운데 있는 제부도는 시멘트 포장도로(길이 2.2㎞·통행료 1인 1000원)로 연결된다. 밀물때 잠기고 썰물때 드러나는 ‘제부 모세’의 바닷길은 ‘화성팔경’의 하나다. 제부도에 상륙하니 길은 두 갈래. 왼편은 남단의 매바위, 오른편은 북쪽의 제부항으로 가는 길이다. 두 곳을 잇는 서편 해안은 온통 갯벌.
바닷가에는 식당이 줄지어 있다. 갯벌은 호미와 꼬챙이로 바지락 캐는 사람으로, 식당은 번개탄에 조개와 새우를 구워 먹는 식도락 여행자로 붐빈다. 어디선가 굉음을 내며 초경량항공기(ULM·Ultra Light Motorized) 한 대가 날아온다. 갯벌에서 조개를 줍던 한 어린아이가 흙묻은 손을 흔들자 파란 하늘의 조종사도 손 들어 답례한다. 높고 파란 가을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 다니는 조인(鳥人)에 반해 찾아 간 곳은 어섬(화성군 송산면 고포리). 대부도 동편의 시화간척지내 연륙도다. 주변 갯벌은 딱딱하게 굳어 모래땅이 된지 이미 오래. 사막을 연상케 하는 황량한 갯벌의 묘한 분위기가 매력적이다. 이 간척지 땅은 그 자체가 천혜의 자연 활주로로 항공스포츠 마니아들이 놓칠 리 없다.
이미 3년전 ULM 비행장이 들어섰고 에어로피아(대표 이은우) 등 항공클럽이 들어 온 후 항공스포츠의 메카로 떠올랐다. 현재 19대의 초경량항공기가 있고 주말이면 조종하러 또는 체험비행하러 어섬비행장을 찾는 사람도 많아졌다.
◇체험비행
이은우교관이 모는 ULM 뒷좌석에 올랐다. 행글라이더에 엔진과 조종석, 바퀴만 붙인 ULM은 조종간 대신 날개를 밀고 당겨 방향과 고도를 조종하는 가장 간단한 기종. 하늘을 나는 오토바이 쯤이라고나 할까, 시속 80㎞ 속도지만 외기에 노출된 탓에 속도감은 그 몇배나 된다. 맞바람에 일그러지는 얼굴피부, 허공에 뻗은 두 다리, 갑자기 놀이공원의 ‘바이킹’처럼 뚝 떨어지는 활공체험…. 대형 비행기 탑승때는 느낄 수 없었던 ‘비행’과 ‘비상’을 짜릿하게 온 몸으로 느낀다.
순항고도는 150m. 안섬 산등성이의 포도밭을 가로 질러 남쪽 마산포 바닷가로 날아갔다. 물가에 선 채로 낚시하는 사람들이 손을 흔든다. 형도로 가는 바다 한중간에서는 엔진소리에 놀란 갈매기 수십마리가 한꺼번에 수면을 박차고 비상한다.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놀란 숭어떼가 투명한 물속에서 흙탕을 일으키며 달아나는 모습도 보인다. 한적한 해안에는 드라이브 나온 연인들이 세워 둔 승용차가 군데군데 눈에 띈다. 서울에서 불과 100㎞ 밖에 떨어지지 않은 이 곳. 그러나 ULM을 타고 하늘을 여행하다 보면 먼 외국에 온 듯한 착각마저 하게 된다. 영화 ‘아름다운 비행’도 생각나고….
summer@donga.com
◇찾아가기
제부도, 어섬 가는 길은 사강에서 갈린다. 제부도는 왼편(309,336번 도로), 어섬은 오른편의 ‘마산포’방향(306번 도로)으로 가 첫 신호등 사거리에서 좌회전, 이후 ‘어섬비행장’ 안내판을 따라 가면 된다. 제부도 바닷길은 통상 하루 두 번씩 열린다. 자동응답 안내전화 031―357―6981
◇체험비행
어섬비행장의 초경량항공기 체험비행은 15분에 3만원, 30분에 5만원. 에어로피아 031―357―4116, 017―255―2610(이은우교관).
◇패키지상품
레저이벤트사인 드림레저닷컴(www.dreamleisure.com).제부도 대부도 관광+조개구이 시식+체험비행+왕복교통편 제공. 5만5000원. 02―3453―0064, 9151
◇제부도 물길 열리는 시간
날짜
요일
1차
2차
14일
토
07:29∼15:04
19:54∼03:23
15일
일
08:03∼15:39
20:29∼04:03
21일
토
22:20까지
23:05부터
22일
일
23:57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