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통적인 효자종목이었던 복싱이 84년 LA올림픽 이 후 16년 만에 처음으로 메달사냥에 실패했다. 아마츄어 복싱의 경우 86년 서울아시안게임에서는 12체급 모두를 석권해버리는 최절정기에 올랐으나 이번 시드니에서는 메달은커녕 결선에 진출한 선수도 한 명도 없었으니 분명 한국 복싱이 쇠락의 길에 접어든 것은 확실하다.
예전에 복싱하면 헝그리란 단어가 떠올랐었다. 운동을 통하여 돈을 번다는 것이 거의 전무한 상태에서 프로복싱에서 세계챔피언이 되면 그 당시 엄청난 돈을 움켜쥘 수 있었기 때문에 배고픈 선수들이 복싱계에 뛰어들어서 이런 말이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야구, 축구 등 많은 운동종목들이 프로화되면서 그런말은 쏙 들어가게 되었다. 물론 다른 종목에서 돈을 벌기가 쉬운 것은 아니지만 이런 많은 종목을 두고 운동계에 뛰어들려는 사람들이 두드려 맞으면서 돈을 벌려고는 하지 않을 것이다. 어찌보면 복싱이란 종목의 쇠락은 당연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김기수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42명의 세계챔피언을 낳고 2개의 세계챔피언 타이틀을 획득한 선수도 홍수환을 포함하여 8명에 이르는 복싱강국의 면모를 이어오다가 현재는 최요삼만이 국내 유일의 세계챔피언 타이틀을 갖고 11월4일 2차방어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렇게 외면당하고 있는 복싱이 요즘 여성들에 의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그건 다름아닌 다이어트복싱이다. 김광선 및 변정일 등 메달리스트들이 복싱에어로빅을 통해 다이어트복싱 선두에 서고 있다. 요즘 최대의 관심사가 다이어트인 것을 반영하듯 운동량이 많은 복싱을 이용한 다이어트효과를 노리려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새로운 다이어트복싱의 등장이 일반인에게 복싱을 쉽게 전파할 수 있다지만 우리는 사각의 링위에서 세계의 강적을 눕히며 벨트를 허리에 두르는 통쾌한 모습을 보고싶은 마음이다.
한때 배고픔을 달래보려고 시작했던 복싱이 아이러니컬하게도 이제는 부른 배를 꺼트리려고 복싱계에 달려들고 있다. 어찌됐든 목적이 바뀌었어도 복싱을 하면 헝그리란 단어가 떠오르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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