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궁사’ 윤미진(17·경기체고2년)이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
부산 전국체전 양궁이 열린 13일 을숙도 간이운동장. 시드니올림픽 양궁 여자 2관왕 윤미진이 60m 사선에 올라섰다. 첫 엔드 첫발에서 10점을, 두 번째 발에서 9점을 기록한 뒤 3번째 쏜 활이 어이없게 2점에 그쳤다. 시위를 놓으려는 순간 바로 뒤에 있던 팬 가운데 한 명이 비명을 질러 심하게 흔들렸던 탓. 시즌 최악의 기록. 시드니올림픽을 앞두고 원주 대표선발전에서 강풍으로 다른 선수들이 줄줄이 0점 행진을 벌일 때도 이런 점수는 남기지 않았었다. 잘못 날린 한 발 때문에 그는 지난해 인천체전에 이은 이 종목 대회 2연패는 고사하고 19위에 그쳤다.
이날 윤미진은 ‘이중 삼중고’에 시달렸다. 올림픽에서 ‘신데렐라’로 떠오른 그를 보기 위해 300여명의 극성 팬이 몰려들어 사인을 요구하고 이름을 연호하는 등 유명세를 톡톡히 겪어야 했다. 그동안 각종 행사에 참가하느라 훈련이 부족했고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부담감도 적잖았던 게 사실. 게다가 시속 20㎞를 웃도는 짓궂은 바람까지 불어 설상가상. 윤미진은 “예상 못한 기록이 나와 당황했으며 올림픽보다 역시 국내대회가 훨씬 힘들다”며 양궁장을 떠났다. 윤미진이 애를 먹은 반면 시드니올림픽 단체전 금메달의 주역인 김수녕(예천군청)은 ‘신궁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는 듯 여자일반부 70m에서 우승, 대조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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