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로 팽팽히 맞선 연장 10회초 김응국의 안타와 마해영의 볼넷으로 1사 1, 2루의 롯데 득점찬스.
마운드에는 9회 동점을 허용해 얼굴이 일그러진 임창용이, 타석에는 직전타석까지 포스트시즌 6타수 무안타로 ‘타율 제로’였던 조경환이 제각기 호흡을 고르고 있었다.
순간 조경환이 몸쪽 높게 날아오는 임창용의 초구를 때렸고 공은 ‘딱’ 하는 소리와 함께 뻗어나가 중견수 왼쪽으로 떨어졌다.
2타점 2루타. 롯데가 순식간에 4―2 역전을 이뤄내는 순간이었다.
롯데는 기적 같은 역전승으로 플레이오프 진출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고 조경환은 포스트시즌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15일 대구에서 벌어진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롯데가 삼성을 연장접전 끝에 4―2로 이겼다.
이로써 1승1패가 된 양팀은 17일 잠실에서 피할 수 없는 마지막 승부를 벌이게 됐다.
조경환의 결승타는 16년 거슬러올라가 84년 롯데와 삼성의 한국시리즈 7차전과도 닮은 꼴.
당시 20타수 2안타로 ‘허덕이던’ 유두열이 8회 3점홈런을 터뜨려 롯데가 대역전극을 벌인 것. 또 유두열도 당시 처음으로 5번으로 올라섰고 이날 조경환도 전날 5번에서 처음 4번타자로 나섰다.
이날 경기는 9회 시작 전까지는 2―0으로 앞선 삼성의 승리가 기정 사실화되는 듯했다.
롯데가 기적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9회초. 전날 3타수 무안타에 이어 직전타선까지 역시 무안타였던 마해영이 깨끗한 왼쪽안타를 때려냈다. 팀 배팅에선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박정태와 손인호의 연속 안타와 최기문의 내야안타로 롯데는 2점을 뽑아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으며 역전극의 신호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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