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멘스 “내가 한물 갔다구?”
누가 그에게 돌을 던질 것인가.
‘로켓맨’ 로저 클레멘스(38·뉴욕 양키스)의 인생유전이 흥미롭다. 사이영상 5회 수상에 빛나는 그는 뉴욕팬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 구위가 떨어지는 불혹에 가까운 나이에도 최고의 자리에 있길 원했던 ‘황소고집’이 자존심 센 뉴욕팬의 심기를 건드린 때문이다.
98년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20승을 올린 그는 평생의 꿈인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 ‘괴짜’ 데이비드 웰스를 쫓아내며 양키스로 이적을 자청했다.
첫 시련은 여기서 시작됐다. 99년과 올시즌 그는 잦은 부상으로 10승을 갓 넘기는 성적밖에 올리지 못했다. 반면 웰스는 올시즌 20승을 거둬 첫 다승왕이 된 것을 비롯해 지난해에도 17승을 올리며 클레멘스를 능가했다. 이에 뉴욕팬은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지만 보다 인간적인 웰스에 대한 그리움을 공공연히 표출했다.
그러나 클레멘스는 지난해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오른쪽 발목이 겹질리는 부상 속에서도 팀에 승리를 안기며 2년 연속 월드시리즈 우승 현장을 함께 해 뉴욕팬의 ‘면죄부’를 받았다.
하지만 올해 또 시련이 찾아왔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디비전시리즈에서의 1,4차전에서 충격적인 패배가 바로 그것.
결국 천신만고 끝에 3승2패로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아메리칸리그 결정전에 오른 양키스는 이번엔 2승1패로 앞선 15일 4차전에서야 그를 선발로 냈다. 결과는 대성공. 그는 최고시속 156㎞의 강속구를 앞세워 메이저리그 130년 사상 포스트시즌 한 경기 최다 탈삼진 3위 기록인 15개의 ‘K’를 그려내며 5―0의 1안타 완봉승을 일궈냈다.
양키스는 올스타전 MVP 데릭 지터가 5회 3점홈런, 거포 데이비드 저스티스가 8회 2점홈런을 날려 팀 승리에 기여했다. 전날 3차전에서 13안타의 폭죽을 터뜨려 8―2로 승리한 양키스는 3승1패를 기록, 통산 37번째 및 3년 연속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을 비롯해 25번째 월드시리즈 제패에 한발 다가섰다.
한편 뉴욕에선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선발 앤디 베네스의 호투에 힘입어 뉴욕 메츠를 8―2로 꺾고 홈 2패 뒤 적지에서 첫 승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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