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일본 도쿄(東京) 서북쪽 나가노(長野)현에서 실시된 지사 선거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40여년간 부지사 출신이 지사 자리에 올랐던 전통이 깨지고 '시민 후보'로 뒤늦게 선거전에 뛰어든 소설가, 다나카 야스오(田中康夫·44)후보가 당선된 것이다.
다나카씨가 부지사출신의 강력한 후보 이케다 후미다카(池田典隆·58)에 도전해 선거에 나선 것은 주위의 권유 때문. 현지정 금융기관인 하치주니(八十二)은행 행장과 현상공회의소연합회 회장 등이 '관료지배'에 반기를 들고 그에게 시민후보로 나서도록 강력히 권했다. 망설이던 그는 후보자 등록 마감 3주일을 앞두고서야 출마를 결정했다.
개표 결과 다나카 후보는 예상을 깨고 58만9324표를 얻어 이케다(47만3717표)후보를 11만표차 이상 누르고 압승했다. 나가노현 인구는 224만명이며 연간 세수 규모는 1조1695억엔.
다나카씨는 히토쓰바시대 재학중 쓴 소설 '어쩐지 크리스탈'로 문예상을 받은 유명 작가이자 고베대지진때 적극 자원봉사활동을 벌였던 시민운동가. 그는 이번 선거운동에서 여성 팬과의 교제실상을 솔직하게 털어놓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당선직후 그는 "현민이 자유롭게 발언하며 참가할 수 있는 현정을 펼치겠다. 함께 나가노현을 바꿔나가자"고 호소했다.
이번 선거는 20년간 지사를 지낸 요시무라 고로(吉村午良·74)지사가 용퇴한 데 따른 보궐선거였다. 나가노현은 98년 동계올림픽 때 예산을 앞당겨 쓰는 바람에 재정이 크게 악화되고 공공사업이 대폭 줄어 경제가 침체에 빠진 상태다. 게다가 공무원들이 정보가 공개되는 것을 꺼려 올림픽 유치활동비를 기록한 회계장부를 태워버린 일 때문에 '밀실행정'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이케다씨가 이길 것으로 여겼다. 요시무라 지사가 후계자로 지목한 인물로 현내 기초자치단체 대표나 업계단체 등도 적극 밀고 있었기 때문. 또 공산당을 제외한 각 정당이 아예 후보를 내지 않았기에 판세는 이미 확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곧 선거판 흐름은 바뀌었다. 시민들은 관료 끼리 자리 물려주기 관행을 용납하지 않았다. 다나카가 뒤늦게 입후보하자 경제, 문화계 단체가 잇따라 '다나카 지지'를 표명했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선거운동단체가 80여개나 됐다. "현의 행정을 관 주도에서 민 주도로 바꾸자"고 다나카후보측이 목소리를 높이면서 선거전은 민관대결, 조직 대 개인의 구도로 굳어졌고 결국 민(民)의 승리로 끝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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