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년 일본에서 들여온 전동차 3량이 아직 1호선을 운행 중이죠. 현존하는 최고령 전동차입니다” “환승거리가 가장 긴 역은 종로3가역이에요. 1호선에서 5호선으로 갈아타려면 330m를 걸어가야 되죠.”
네티즌들 사이에서 ‘지하철 박사’로 통하는 이재원(22·회사원), 이정석씨(21·수원대 정보과학부1). 현재 PC통신 하이텔에서 ‘지하철 소모임’(go KICHA)과 인터넷(http://cafe.daum.net/subway)에서 ‘지하철에 목숨건 아이들’을 각각 운영 중인 두 사람은 지하철에 관한 한 타의추종을 불허할 만큼 해박한 지식을 꿰고 있다.
서울과 인천 지하철 400여개의 역이름과 순서, 역별 전동차 출입구 방향, 각 호선별 운행시간과 배차시간 정도는 눈 감고도 외울 정도. ‘역무 전공’인 이재원씨는 정액권에 찍힌 4자리 숫자만 보고도 발행역을 알 수 있고, ‘전동차 전공’인 이정석씨는 차량만 보고도 제작연도와 회사를 알 수 있다.
2년 전 PC통신 동호회 회원으로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지하철에 대한 열정을 확인한 뒤 의기투합, 미친 듯이 함께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매일같이 승무원이나 역무원을 직접 찾아가 차종, 차량의 이동경로, 역사구조 등을 물어보고 전 노선의 지하철을 일일이 타 보며 이를 확인했다.
‘학생이 그런 것 알아서 뭣하느냐’는 핀잔도 수없이 들었지만 이들의 ‘지하철 사랑’은 좀처럼 식을 줄 몰랐다. 발로 뛰어 수집한 10년치의 지하철 안내방송 녹음테이프, 개통기념 승차권, 지하철 팜플렛 및 각종 안내노선도 등 100여점의 자료들은 웬만한 전문가 뺨칠 정도. 이들은 자료를 좀더 보충해 ‘지하철 26년 역사집’을 펴낼 계획이다.
이같은 노력이 알려진 탓인지 8월에는 10여명의 회원과 함께 서울시 도시철도공사의 경영토론회에 초청돼 경영진에게 지하철의 문제점을 낱낱이 지적하기도 했다. 또 여러 차례에 걸쳐 잘못된 영문표기나 노선안내도를 담당부서에 알려 정정시킨 사례도 있다. “취미를 넘어 앞으로 지하철 관련 업무에 종사하고 싶다”는 두 사람은 “‘청년기’를 맞은 지하철을 보다 아끼고 관리하는 모두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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