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말하면 남들이 흉볼텐데…, 하지만 요즘 가정생활이나 연기 모두 너무 재미있고 신나는 걸요."
결혼 후 6개월 만에 다시 카메라 앞에 다시 선 그녀는 세상에 부러운 것이 없는 즐거운 표정이었다.
지난 3월 27일 가수 김태욱과의 결혼 후 방송에 모습을 전혀 드러내지 않고 꼭꼭 숨은 채 신혼의 달콤함을 만끽했던 채시라(32). 그녀가 다음달 1일부터 새로 시작하는 SBS 수목 드라마 (극본 박예랑, 연출 오세강)의 여주인공을 맡으며 안방극장에 복귀한다.
결혼 전에는 매사 끝맺음이 분명한 딱 부러진 성격 탓에 가끔 주위로부터 '건방지다'는 오해도 받던 그녀였다. 과연 6개월 동안의 신혼생활이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궁금했다. 마침 지난 16일 오전 서울 강남의 한 예식장에서 드라마 첫 촬영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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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액션 드라마 아냐?" SBS 촬영현장
좋아하는 남자 친구가 있으면서도 혼기를 놓쳐 친구들의 결혼식장이나 다니며 답답함을 달래는 노처녀 다영이 그녀가 드라마에서 맡은 역할. 차츰 나이를 먹으면서 조금씩 초조해지고, 그래서 본의 아니게 엉뚱한 사고도 저지르는 조금 덜렁거리는 30대 초반의 노처녀이다. 드라마에서 주로 극적인 인생의 여인이나 화려한 커리어 우먼을 맡아온 그녀로서는 뜻밖의 배역이었다.
촬영장에 갔을 때 마침 채시라는 단발머리 가발을 쓴 모습으로 친구 결혼식에 참석하는 장면을 연기하고 있었다. "어머, 반가워요. 잘 지냈어요." 여전히 밝고 자신감 넘치는 표정. 리허설 때도 거침없이 연출자나 카메라 감독에게 자신의 생각이나 의문나는 점을 묻는 것도 여전했다. 하지만 기대감 탓인가, 왠지 느낌이 달랐다.
제작진이 조명 위치를 바꾸는 동안 잠깐 틈이 생겨 슬쩍 질문을 던졌다. "결혼 후 바뀐 점이 있어요?"
"몸무게가 줄었어요. 남들은 결혼하면 체중이 는다는데 남편 챙기랴, 방송활동에 대비해서 운동을 하는 등 바쁘게 움직이다 보니까 저는 반대네요. 하지만 몸은 가뿐해요. 연기하는데 오히려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지체없이 대답을 하는 것도 여전한데, 대답 내용이 뜻밖이었다. 예전의 그녀 같으면 개인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좀처럼 말을 하지 않았는데, '남편 뒷바라지'라는 말이 스스럼없이 나왔다. 내친 김에 신혼생활에 좀 더 물어 보았다.
"각자 자기 일을 할 때도 있고, 함께 운동도 하고…. 남들처럼 살아요. 태욱씨는 요즘 음악작업 때문에 바빠요. 내년 초에 새 앨범을 내기 위해 곡을 고르고 있어요. 대신 일이 끝나면 일찍 집에 와요. 요새는 술도 거의 안하고, 담배도 하루 3∼4가치 정도 밖에 안펴요."
주말이면 가끔 둘이서 필드에 나가 골프도 친다고 한다. 골프를 시작한지 2년이 지난 채시라의 실력은 90대 후반. 반면 장인인 채시라의 아버지 권유로 골프를 시작한지 6개월째인 김태욱은 90대 초반. 운동신경이 좋아서 그런지 실력이 빨리 느는 편이라고 한다. 얼마전에는 남편과 함께 한 모피의류의 지면 광고도 함께 찍었다고 한다.
즐거운 표정으로 신혼 이야기를 하는 채시라의 모습을 보면서 그녀의 변화가 무엇인지 조금 알 것 같았다. 확실히 결혼 후 만난 그녀는 전에 비해 여유롭고 경쾌했다. 예전에는 촬영장에서 말을 걸기가 민망할 정도로 연기 외에 신경을 쓰지 않던 그녀였다. 물론 지금도 역할에 몰입하는 열정은 여전했지만, 여유만만한 모습이 이채로왔다. "즐겁죠. 마침 SBS 드라마도 처음이거든요. 결혼 후 분위기도 바뀌었는데, 새로운 방송사에서 처음 만난 스태프와 함께 연기를 하는 것이 오히려 가슴이 설렐 정도로 즐거워요."
변한 것은 여유만이 아닌 것 같았다. 연기에 대한 자신감은 두배로 는 것 같았다. 이날 촬영에서 그녀는 신부의 부케를 중간에 가로채는 연기에서, 꿈에 자신을 배신한 애인(변우민)에게 달려가 발차기를 하는 등 시종 '과격한' 장면을 연기해야 했다. 지나칠 정도로 코믹한 역할이 오히려 연기하기가 거북스러울만도 한데, 웬걸! 예식장에서 임신부(물론 연기자)를 밀치고 부케를 향해 몸을 날리는가 하면, 야외 결혼식장에서는 공중에서 이단 옆차기를 날렸다.
"그동안 많은 드라마를 했지만, 연인에게 차이는 역할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그래서 더 재미있어요. 그동안 드라마에서 대왕대비도 하는등 좋은 역을 많이 했는데 이번에 조금 망가지면 어때요. '채시라가 결혼하니까 연기가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 좋아요."
에서 여고시절부터 30대 초반까지의 모습을 연기하는 그녀는 이날 하루 촬영에도 4벌의 가발과 여섯가지 의상을 준비했다. 다음날인 17일 촬영에는 아예 20번 정도 갈아입을 의상을 준비했다고.
슬슬 그들 부부의 2세 계획이 궁금해 물어봤다.
"아이요? 올해는 어려울 것 같아요. 드라마 때문에 금년까지는 연기에 전념해야 할 것 같아요. 하지만 내년에는 생각을 해봐야죠." 세상사람들로부터 2세의 탄생을 축복받고 싶지만, 연예인이라고 해서 아기와 자신의 출산 후 모습을 언론에 공개할 생각은 없다고. "저는 프로인데, 어떻게 완벽하게 단장하지 않은 흐트러진 모습을 카메라 앞에 드러내요."
연기에 대해 한 단계 높아진 자신감과 삶에 대한 즐거움. 드라마 촬영장에서 6개월만에 만난 '미시족' 채시라는 확실히 그 두 가지 점이 변해 있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오전 10시부터 함께 움직인 촬영이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오후 5시 2분께 끝이 났다. 기자와 스태프들에게 부지런히 인사를 하며 다음 일정을 위해 총총히 달려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드는 생각. '프로, 아니 주부는 아름답다.'
김재범 oldfie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