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을까, 말까….’
서울 강남구 수서동의 주부 김모씨(46)는 요즘 지하철에서 빈 자리가 날 때마다 고민이다. 얼른 가서 앉고 싶지만 ‘버스나 지하철에서 빈 자리를 번개처럼 차지하는 아줌마’를 헐뜯는 얘기를 숱하게 읽고 들었기 때문. 서 있자니 다리에 힘도 없고 아프기도 한데 그렇다고 꼭 자리에 앉아야 할 만큼 자신이 늙었다는 생각도 들진 않고….
한양대 류마티스병원 김성윤원장은 “우리나라의 ‘아줌마’들은 임신회수가 많아 몸을 혹사시키는데다 대부분 비만 상태이고 쪼그려 앉아 하는 집안일 때문에 관절염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면서 “젊은이들은 아줌마들이 재빨리 자리를 차지하는 겉모습만 보고 비난해선 곤란하다”고 말한다.
요즘처럼 수은주가 뚝 떨어지면 관절통을 호소하는 사람이 는다. 추워지면 관절 주위의 인대와 근육이 수축하는데다 관절 안의 윤활액이 적어지기 때문에 관절 전체가 딱딱하게 굳고 뼈마디가 부딪혀 아프다.
◇ '퇴행성'이 80% 차지
관절염의 종류는 100여 가지나 되며 아픈 부위도 팔 다리 어깨 등 어디에나 생길 수 있다. 그러나 퇴행 관절염이 전체의 80% 정도, 류마티스 관절염이 10∼20%이고 나머지는 다 합쳐도 10%가 채 안된다. 두 관절염을 중심으로 치료법 및 예방법을 알아본다.
▽퇴행 관절염〓관절에 오랫동안 작은 충격이 쌓이면 물렁뼈가 닳거나 헐고 뼈마디가 부딪히거나, 이 때문에 생긴 뼈 조각이 관절을 움직일 때마다 주변을 찔러 아프다. 환자는 50대 이상이 많다. 주로 저녁에 20∼30분씩 통증이 온다. 가끔 40대 이하에서도 나타나는데 이는 관절 부위를 다치고도 제대로 치료하지 않았거나 안짱다리 또는 비만 때문에 관절에 무리가 온 경우.
▽류마티스 관절염〓면역체계가 고장나 백혈구가 정상적인 관절을 공격하기 때문에 생긴다. 30∼50대 여성에게 환자가 많다. 손 발가락을 비롯해 몸 전체의 관절에 증세가 나타나며 아침에 관절이 뻣뻣해지면서 1시간 이상 아프다.
◇ 100%완치 주사-약 없어
▽즉효약은 없다〓관절염이 100% 완치되는 약이나 주사제는 없다. 퇴행 관절염은 초기에 바이옥스 쎄레브렉스 등 위장 장애가 없는 진통제를 먹으면서 물리치료를 병행한다. 관절에 히얄루룬산을 주사로 넣는 것도 효과가 있다. 병이 어느 정도 진행됐다면 관절경 수술을 받아야 한다.
류마티스 관절염인 경우 약물치료와 물리치료로 고치지만 물렁뼈가 심하게 손상된 경우 관절 주위에 구멍을 2, 3개 내고 내시경을 집어넣어 손상된 물렁뼈를 없애거나 꿰매 잇는 등의 방법으로 관절을 매끈하게 만드는 ‘내시경 수술’을 받으면 통증이 줄어든다.
▽인공관절 수술〓50세 이상이고 다리가 심하게 휘었거나 관절경수술로 효과가 없을 때 받는다. 인공관절수술은 치아에 충치가 있을 때 상한 부위를 다듬어내고 금을 씌우는 것과 마찬가지로 손상된 관절면을 금속으로 씌우고 물렁뼈 대신 폴리에틸렌 성분의 인공 물렁뼈를 넣는 것. 한번 수술받으면 15∼20년 간다.
무릎엔 관절경 시술을 우선적으로 시행하지만 엉덩이관절엔 인공관절 수술을 많이 한다. 또 관절염이 아니지만 넓적다리뼈와 엉덩이관절이 만나는 부분에 피가 안통해 썩었을 때에도 초기 치료시기를 놓쳤다면 인공관절수술을 받는다.
◇ 운동-체중조절로 예방
▽관절염의 예방〓류마티스 관절염은 뚜렷한 예방법이 없지만 퇴행 관절염은 예방이 가능하다. 컴퓨터를 오래 쓰거나 현금을 세는 등 특정한 관절을 오랫 동안 무리하게 사용하는 사람은 관절이 닳을 가능성이 크므로 50분 일하면 10분은 관절 부위의 살을 문질러주면서 쉬는 게 좋다. 관절 부위를 다쳤을 때엔 완치될 때까지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
또 관절 부위의 힘줄과 근육을 강화하도록 운동을 꾸준히 하고 평소 살이 찌지 않도록 신경쓴다. 몸무게가 5㎏ 늘면 무릎관절은 걸어다닐 때 20㎏, 계단을 오를 땐 35㎏의 하중을 더 받는다. 5㎏ 이상 되는 무거운 것을 들어도 관절에 무리가 온다. 특히 임산부는 무거운 것을 들지 않아야 한다.
stein3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