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클릭! 현장21]'통일대부' 백기완이 본 평양 그리고 통일

입력 | 2000-10-17 21:17:00


"통일은 아무것도 아니야. 눈물이야. 눈물 그 자체가 분단의 장벽을 넘는 통일이라구."

평생을 통일운동 외길로 살아온 '통일운동의 대부' 백기완(66)선생.

백씨는 '통일'이라는 거대담론을 '눈물'로 간단히 정의했다. '대쪽같은 논리와 사고'로 뭉친 백씨의 입끝에서 나온 이야기치고는 '기대밖'. 궁금했다. 그의 현시점에서의 '통일론'이.

그는 지난 14일 북한 노동당 창건 55주년 기념행사를 참관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방북기간중 북에 있는 누나 인숙(72)씨를 극적으로 상봉했다. 55년만의 해후. "열일곱 꽃같은 누님이 어떻게 오그라들은 질경이처럼 변했습니까." "너는 도토리같았어. 그런데 어떻게 가랑잎처럼 바싹 말랐냐?" 남매는 부둥켜안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곧이은 비보. "어머니는 돌아가셨어". 매년 사모곡을 신문에 기고해왔던 그는 어머니의 사망소식에 기절했다고 말했다.

'통일운동 대부'는 그렇게 '인간'이었다. 백씨가 본 평양과 '통일론'속으로 잠시 들어가 보자.

-북한 방문때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하던데.

"내가 방북한 것은 북한 초청 덕이다. 그런데 초청장은 통일부도 적십자사도 아닌 한 잡지(월간 말)사를 통해서 받았다. 그때가 7일(토요일) 오전 11시30분. 방북마감 30분전이었다. 그런데 노동당창당기념일은 9일(월요일)이다. 그땐 '방북은 틀렸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일요일 오후 통일부서 전화가 왔다. 각서쓰고 통일교육 받아야 방북한다고 말했다.그래서 거부했다. 그런데 월요일 아침이 돼서 출근하는데 민주노총서 전화가 왔다. "선생님 비행장에 나오세요" 그래서 나갔더니 공항에서 '방북단' 50여명이 백선생 안가면 우리도 안간다고 해서 얼떨결에 평양행 비행기를 타게 됐다.

-평양에 도착했을 때 첫 느낌은.

"평양에 도착하니 평생 통일운동을 했는데도 통일이라는 것이 무슨 '깊은 뜻'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는 않았다.누님을 만나고 형제를 만나고... 그저 눈물바다를 이루는 것이다. 눈물 그 자체가 분단의 장벽을 넘는 것이다. 평양 땅을 밟는 순간 평양이라는 현실의 생각은 안들고 더 깊은 꿈, 잠속으로 빠지는 듯한 기분을 떨쳐버릴 수 가 없었다. 꿈이냐 생시냐하는 생각도 못하고 꿈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극적으로 누나를 만났다고 들었는데.

"모두 두차례 만났다. 나는 누님을 17살 때 그 예쁜 누님으로만 생각 했다.그런데 '오그라들은 질경이처럼' 변했다. "누님이 어떻게 이렇게 질경이처럼 변했습니까"하고 물었더니 누님은 "너는 도토리같았어.그런데 어떻게 가랑잎처럼 바싹 말랐냐"고 받아 넘겼다. 서로 이야기 주고 받으면서 계속 울다가 왔다. 그때 함께 눈물을 닦았던 분홍빛 손수건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앞으로 잘 간직했다가 통일박물관이 세워지면 기증할 것이다. 북쪽에서 5일밤을 잤다. 나는 속옷을 갈아입지 않았다. 55년만의 방문한 내고향의 먼지와 때를 보존하고 싶었다. 대동강 물을 오염시킬 수 없어 비누도 쓰지 않았다."

-매년 신문에 사모곡을 써왔는데.

"어머니는 37년전에 돌아가셨다고 누나로부터 들었다. 누나도 나도 펑펑 울었다.그리고 혼절했다. 37년간 어머니가 살았는지 돌아가셨는지도 모르고 지낸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이 손바닥만한 땅에서. 어찌보면 우리 가족의 비극이겠지만 이 민족의 비극이자 인류의 비극이다."

-북쪽에서는 김대통령의 노벨 평화상을 탄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마지막날 노벨상 소식을 들었다.노벨상을 받았으니 한국사람이면 다 축하해야할 것이다. 다만 북한사람들은 평화상을 받고 안받고 보다도 어떻게하면 한반도의 평화를 가져 오는냐하는 실천적 명제에 관해서 관심을 갖고 있다."

-북한이 미제를 미국으로 호칭을 바꿨는데.

"북한이 미국을 미국이라고 했나? 확실한 것인가? 북쪽이 그렇게 말했다고 해서 미국의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만약 그렇게 말했다면 외교책략상 그렇게 칭했다고 본다. 북을 다녀와서 통일에 대한 생각이 더 굳어졌다."

-노동당 창건기념 행진을 보았을때의 느낌은.

"내 생각은 남쪽은 예술은 개인이 창작해서 발전시키는 것이라면 북에서는 한 체제가 예술을 창작하고 발전시키는 것 같다. 그쪽의 지배계층은 예술에 대한 이해가 남쪽과는 다르다. 일사분란한 행진은 자기네가 생각하는 것을 그렇게 구현하는 것이다."

독자의견쓰기

연제호/동아닷컴기자 so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