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도 지고, 아내도 지고.’
19일 부산구덕체육관에서 열린 서원유통과 용인대의 전국체전 농구 여자일반부 결승.
대회 2연패를 노린 서원유통의 유일한 주부선수 1명이 눈길을 끌었다. 국가대표 명가드로 활약한 이강희(31). 선일여고 출신의 이강희는 88년 국민은행에 입단, 97년 2월 코트를 떠날 때까지 장거리 슈터로 이름을 날렸고 은퇴와 함께 프로야구 롯데 포수 강성우(31)와 결혼해 스포츠 커플로 화제를 뿌렸다.
시댁이 있는 부산에서 신혼살림을 차린 이강희는 올 여름 주위의 권유로 연고팀 서원유통에 플레잉 코치로 코트에 복귀했다. 지난해 9월 첫 딸을 낳아 애 보랴, 살림하랴 바쁜 가운데도 틈틈이 구슬땀을 쏟았던 것. 이번 대회에서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이며 팀을 결승까지 이끌었으나 결승에서 2점차로 아깝게 패했다. 시어머니에게 아기를 맡기거나 때로는 코트에 데리고 와 훈련을 하는 등 준비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기에 진한 아쉬움이 남았다.
게다가 결승 전날 밤 남편의 소속팀 롯데가 이강희의 응원에도 불구하고 준플레이오프에서 삼성에 져 부부가 이틀 동안 차례로 패배를 맛봤다. 하지만 체전 폐회식에 맞춰 서울에서 부랴부랴 내려온 남편과 오랜만에 재회한 이강희는 “모처럼 모였으니 어디 여행이라도 갈까봐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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