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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인터뷰]재난영화의 주연 신현준, 정준호

입력 | 2000-10-19 18:47:00


“거, 참 자알∼생겼네.” “넌 좀 느끼하다, 응?”

사진촬영을 위해 ‘센 눈빛’으로 마주봐달라는 요청에도 장난을 멈추지 않는 ‘싸이렌’(28일 개봉)의 두 주연 신현준(32)과 정준호(31). 저러고도 어떻게 영화에선 만나기만 하면 싸우는 역할을 연기했을까. “NG 많이 냈지요?”하고 물으니 역시 장난기 어린 답이 돌아온다.

“처음에 눈만 마주치면 웃어서, 10만원을 놓고 안웃는 사람이 갖기로 했지요. 역시, 돈 힘이 쎄더만!”(신현준)

이들은 국내 첫 재난영화 ‘싸이렌’에서 물불 안가리는 준우(신현준)와 합리적인 현(정준호) 등 성격이 상반된 구조대원을 맡아 팽팽한 긴장을 유지하며 영화를 이끈다. ‘싸이렌’은 엉성한 대목이 많지만, 끝난 뒤에도 ‘투 톱’인 이 두 배우와 넘실대는 불길만은 망막에 생생하다. 할리우드 영화 ‘분노의 역류’ 특수효과 팀이 직접 만든 불 옆에서, 두 사람은 한여름에 방화복을 입고 ‘죽을 고생’을 했다.

“현준이 형은 불 속에서 철문 부수는 장면 찍다가 철문이 다리에 떨어져 전치4주 진단 받았어요. 병원에서 깁스를 못풀게 했는데도 촬영 때가 되니까 자기가 깁스 깨고 나오더라구요.”(정준호)

“사실, 현장에서 NG 한 번 내면 연기 빼고 다시 불 지르는 데까지 한 시간 넘게 걸려요. 또 우리가 잘못하면 실제 구조대원들에게 누를 끼치게 되니까 초긴장상태에서 연기할 수 밖에 없었어요.”(신현준)

의좋은 형제같은 두 사람은 98년 홍콩에서 가수 조성모의 뮤직비디오를 찍을 때 처음 만났다. 서로 형, 동생 하고 지내다 ‘싸이렌’에 먼저 캐스팅이 된 신현준이 “상대가 정준호 아니면 안하겠다”고 우겨 함께 출연하게 됐단다. 왜 그랬을까? “준호가 누군지 몰랐을 때부터 TV드라마에서 곧잘 봤는데, 탤런트 이름은 몰라도 그가 맡은 캐릭터 이름은 다 기억날 정도로, 캐릭터를 살려내는 힘이 있다고 느꼈어요.”(신현준)

서로 “욕심덩어리”라고 핀잔을 주길래 무슨 욕심이 많으냐고 물었더니, 출연 영화목록이 어느덧 여덟 번째가 되어가는 신현준은 “새로움에 대한 갈증”을, 두 번째 영화를 막 마친 정준호는 “연예인이 아니라 ‘연기자’가 되고 싶은 욕구”를 꼽는다.

술마시면 정준호는 잠만 자서 ‘자자’, 신현준은 망가져서 ‘하자(瑕疵)’스타일이라고 소개하던 두 사람은 저녁식사 자리에서도 ‘남의 집에 가서 가장 서러울 때’등의 이야기를 쉬지 않고 떠들더니만, 숙취를 풀러 사우나에 간다며 어둠속으로 정답게 총총히 사라졌다.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