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두 공짜가 좋아!” 요즘 유행하고 있는 한 휴대전화 광고문구다. 이 광고처럼 공짜는 확실히 사람을 잡아끈다.
이같은 사람들의 심리 때문일까. 최근 들어 공짜(또는 무료)가 많아졌다. 거리에 나서면 이것저것 나눠주는 늘씬한 도우미 아가씨들이 많다. 담배도 주고 라이터도 주고 휴지도 준다. 볼펜이나 신문 생수 양치액 등을 주기도 한다. 대부분이 자기업소를 한번 찾아달라는 주문이다. 기업들이 고객확보차원에서 벌이는 사은행사도 많다.
김대중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으면서 많은 음식점이 시민들에게 무료로 음식을 접대했다. 어떤 음식점은 지금도 점심때 동네사람들을 초청하고 있다.
몇달 전의 일이지만 박지은선수가 골프대회에서 우승하자 음식점을 경영하는 아버지는 시민들에게 무료로 음식을 대접했다. 이뿐인가. 무료공연 무료진료 무료변호 무료봉사 등 이땅에는 무료로 이루어지는 일들이 많다.
이런 가운데 무료셔틀버스 운행문제를 놓고 논쟁이 일고 있다.
각 백화점과 할인점들의 셔틀버스 운행을 금지하는 법안이 이번 정기국회에 제출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백화점업계와 중소유통업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중소유통업체와 운송업계는 백화점셔틀버스가 손님들을 다 뺏어가 영업피해가 막심하다고 울상이다. 그래서 금지입법이 안되면 총폐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백화점과 할인점들은 평소 셔틀버스를 애용하는 시민들의 호응을 업고 금지입법에 반대하는 고객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내년 3월말 개항 예정인 인천국제공항의 생수공급권은 한통에 1원을 제시한 업체에 낙찰됐다. 거의 무료나 마찬가지다. 이 업체가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공짜나 무료가 많아지는 것은 어쩌면 사회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래서 이를 일률적으로 좋다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이중에는 보통사람으로는 감히 생각지도 못하는 가슴뭉클한 선행도 많다. 의료계 폐업 와중에 있었던 한 의사의 무료진료 같은 것이 그렇다.
국가적이나 민족적인 경사가 있을 때 여유있는 음식점들이 시민들에게 점심대접을 하는 것도 밉지 않은 풍경이다. 백화점의 무료셔틀버스 운행도 시민편의라는 측면에서 꼭 금지법안까지 만들 필요가 있겠느냐는 생각이 든다. 기업들이 펼치는 각종 사은행사 등도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당연한 마케팅전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저곳에서 경쟁하듯 공짜가 판치는 세상은 어쩐지 허술한 세상처럼만 느껴진다. 거리 곳곳에서 도우미들이 경쟁하듯 무엇인가를 나눠주는 모습을 보면 뭔가 도시의 음모가 도사리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정상적인 거래 대신 뭔가 불공정한 뒷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만 같다.
가령 연극이나 음악공연장이 대부분 무료입장의 초대손님으로만 채워진다면 어떨까. 그것은 정상적인 공연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정상적인 공연이라면 제돈 내고 보는 사람이 많아야 한다. 초대는 거의 없어야 한다. 그것이 문화를 살찌우는 일이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무료가 노리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결코 무료가 아닐 것이다. 무료제공으로 든 비용을 보충하고도 훨씬 넘는 이익일 것이다. 결국 세상에 공짜나 무료란 없는 셈이다. 이런 말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공짜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송영언young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