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본열도는 온통 축제 분위기다.
21일 시작되는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다이에 호크스의 프로야구 일본시리즈 때문이다.
나가시마 시게오 감독(64)의 요미우리와 국내 팬에겐 왕정치로 더 잘 알려진 오 사다하루 감독(60)이 이끄는 다이에의 맞대결은 두 감독의 영문 이니셜을 딴 ‘ON 시리즈’로 이름이 붙여졌다.
나가시마와 오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일본 프로야구 최고의 스타이자 라이벌. 요미우리의 3, 4번 타자로 한솥밥을 먹었던 ‘공포의 ON 타선’은 60년대 팀을 9연속 일본시리즈에 올려놓았다.
‘미스터 베이스볼’로 불리는 나가시마는 세계 최고기록인 868홈런을 친 왕정치에 비해 통산 기록에서 뒤지는 건 사실. 그러나 나가시마는 네 살 아래의 중국인 오를 제치고 74년 은퇴 후 먼저 요미우리의 사령탑에 오르는 영광을 안았다.
그러나 천하의 나가시마도 ‘스타 출신은 명감독이 되지 못한다’는 징크스 앞에 고개를 숙여야 했다. 더욱 속이 타는 것은 오가 현역으로 뛴 80년까지 단 한번도 우승컵을 품지 못한 것. 그의 뒤를 이어 요미우리 감독이 된 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들은 90년대 들어 ‘환골탈태’에 성공한다. 나가시마는 96년 요미우리를 일본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고 다이에로 옮긴 오도 지난해 일본 최고의 자리에 올라 뒤를 이었다.
이제 이들은 감독으로선 사상 처음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객관적 전력에선 요미우리가 약간 앞선다는 평가. 요미우리는 구도(12승5패)―메이(12승7패)―우에하라(9승7패)―다카하시(9승6패)로 이어지는 막강 선발진과 마쓰이(42홈런)―에토(32홈런)―다카하시(27홈런)의 중심타선이 최강으로 꼽힌다.
반면 다이에는 페드라자(3승4패35세이브)라는 빼어난 마무리 투수가 있지만 10승 선발투수를 배출하지 못했다. 마쓰나가(33홈런)와 고쿠보(31홈런)를 빼고는 장거리포가 없는 것도 약점이다.
그러나 단기전 승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일. 비록 요미우리의 조성민과 정민철은 출전하지 않지만 ‘ON 시리즈’가 한국 야구팬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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