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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미국인의 소비]호황시대 우울한 중산층

입력 | 2000-10-19 19:16:00


당신이 선택할 수 있는 세계가 두 개 있다고 가정해보자. 첫 번째 세계에서 당신은 1년에 11만달러를 벌고 다른 사람들은 20만달러를 번다. 두 번째 세계에서는 당신이 10만달러를 벌고 다른 사람들은 8만달러를 번다.

당신은 이 두 세계 중 어떤 것을 선택하겠는가? 조사결과에 의하면 대다수의 미국인은 두 번째 세계를 택한다.

우리는 어째서 1년 소득이 더 적은 세계를 택하는 것일까? 그 이유 중 한가지는 물론 우리가 주위 사람들에 대해 우리 스스로가 인정하는 것보다 더 많은 시기심을 느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의문에 대한 답은 이것 한 가지뿐만이 아니다. 우리가 생각해낼 수 있는 대안적인 답변은 복잡한 사회환경 속에서 효과적으로 기능하기 위해 우리에게는 자신이 지금 잘 해나가고 있는지, 환경의 변화에 얼마나 잘 적응하고 있는지 등을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자기평가는 거의 언제나 주위 사람들과의 상대평가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처럼 대중매체가 널리 퍼져있는 세상에서는 우리 주위의 부자들에 대한 소식이 그 어느 때보다 자세하게 들려오기 때문에 역사상 최장의 호경기를 누리고 있는 미국에도 자신이 가난하다는 느낌을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하게 경험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

미국 중산층 가정의 소득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1970년대보다 결코 높아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의 저축률은 예전보다 크게 줄어들었다.

사회 비평가들은 이들이 유약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보며 느끼는 유혹에 저항하지 못한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은 사회적 맥락을 무시한 것이다.

젊었을 때 나는 네팔에서 평화봉사단원으로 자원봉사를 한 적이 있었다. 그 때 내가 살던 집에는 수도도, 전기도 없었고 비가 심하게 오면 지붕에서 물이 샜다. 하지만 나는 그 집에 대해 불만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만약 지금 미국에서 내가 그런 집에 살고 있다면 심한 모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요즘 사람들이 돈을 더 많이 쓰고, 빚을 더 많이 지고, 저축을 예전보다 조금 하는 것은 분명히 사회적 문제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의 원인이 된 사람들의 기분, 즉 상대적 박탈감은 결코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필자〓러버트 프랭크(코넬대 교수)

(http://www.nytimes.com/library/magazine/home/20001015mag―frank.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