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EM 2000 민간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내한한 비정부기구(NGO) ‘거물’ 중 한사람으로‘반(反)자유자본운동실현협회(ATTAC)’의 베르나르 카상 회장을 꼽을 수 있다.
르몽드지의 월간지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편집주간이자 파리8대학 유럽연구소 교수이기도 한 그는 1998년 금융자본의 투기 횡포에 반대하는 ATTAC(www.attac.org)를 결성, ‘반세계화 운동의 기수’로 떠오른 인물.
18일 저녁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그를 만나 세계화 흐름 및 ASEM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그는 시종 시가를 문 채 프랑스 지성인다운 이미지를 풍기며 ‘반세계화’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
그가 말하는 세계화는 무엇인가. “세계화와 국제화는 다른 개념이다. 세계화는 돈, 특히 투기자본이 주체가 된다. 전세계적으로 시민은 이윤추구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반면 국제화는 국가간의 사회적 문화적 교류와 협력을 의미한다. 우리는 도덕은 사라지고 이윤만 추구하는 ‘미국식’ 자본주의에 반대한다.”
그는 또 거대 권력으로 자리잡은 금융자본이 세계무역기구(WTO) 국제통화기금(IMF) 및 각종 투자협정과 자유무역협정 등을 통해 부의 불평등을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는 원래 유럽통합론자이지만 지금과 같은 유럽통합은 미국식 자본주의와 다를 바가 없고 불평등만 초래할 것이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그럼 대안은 있는가. “먼저 투기성 자본에 대해 세금(토빈세·제임스 토빈 미국 예일대 교수가 주창)을 부과해야 한다. 자유무역과 금융세계화가 경제불안정과 사회불평등을 야기하고 있으며 특히 투기성 자본이 이를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제3세계의 부채를 탕감해야 하며 이를 위한 제3세계 국가간 연대가 필요하다.”
20일부터 열리는 ASEM에 대한 그의 평가는 양면성을 띠고 있다. “ASEM의 취지는 좋다. 아시아와 유럽이 서로 잘 모르고 있기 때문에 문화를 교류하고 서로 협력해 나가야 한다. 그러나 경제 중심은 안된다. 아시아와 유럽의 경제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결국 아시아가 손해를 볼 것이다.”
한국에 대해서는 “IMF에서 빌린 돈에 대한 이자 때문에 결국 빚이 빚을 몰고 오고 있으며 지나친 간섭을 강요받고 있다”면서 “IMF체제를 겪은 브라질 등과 연대해 원금만 상환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19일 파리로 출발한 그는 “서울에 남아 있었다면 ASEM 민간포럼에 참석한 전세계 NGO 관계자들과 함께 세계화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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