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록의 김용수(40·LG)와 패기의 김수경(21·현대)이 19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나란히 승리투수가 됐다.
20일 잠실에서 열린 LG와 두산의 플레이오프 1차전. 현역 최고령 선수인 김용수는 행운의 승리로 역대 포스트시즌 최고령(40세 5개월18일) 승리투수의 영광을 안았다.
귀신도 모르는 게 포스트시즌의 승부. 최소한 이날 경기는 그랬다.
두산은 선발 조계현이 7회 1사까지 6안타 1실점으로 호투하는 사이 6회 장원진의 동점타와 7회 김동주의 홈런으로 2-1로 역전, 박명환 이혜천으로 이어지는 든든한 불펜투수진을 밑천삼아 승리를 눈앞에 두는 듯했다.
그러나 2년 연속 소방왕 에 오른 진필중이 어이없이 무너질 줄 누가 알았으랴. 8회 2사 1,3루의 불을 끈 진필중은 9회 선두 안재만을 볼넷으로 내줬고 조인성에게 중전안타를 맞았고 이 공이 3루에 중계되는 사이 무사 2,3루의 위기를 맞았다.
다음 타석은 이날 3타수 3안타를 포함해 플레이오프 10경기 연속안타 행진을 벌이고 있던 유지현. 그는 비록 안타는 못 쳤지만 깊숙한 3루땅볼로 동점주자 안재만을 홈으로 불러들였고 이어 이종렬의 타석때 진필중이 던진 공이 원바운드 폭투가 돼 뒤로 빠지는 사이 역전주자 조인성마저 홈을 밟아 경기는 끝이 났다.
87년 10월11일 전주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OB 최일언(현 두산코치)이 해태를 상대로 첫 끝내기 폭투를 한데 이은 포스트시즌 사상 두 번째 진기록.
8회 2사후 등판해 4타자를 삼진 2개 포함해 퍼펙트로 막은 김용수로선 행운의 승리가 찾아왔고 LG로선 잠실라이벌 두산과의 역대 포스트시즌 승부에서 4연승을 거두는 순간이었다. 반면 두산은 98년 LG와의 준플레이오프부터 포스트시즌 7연패.
수원에서 열린 현대와 삼성의 2차전에선 현대가 김수경의 선발 역투에 힘입어 *-*로 승리, 2승으로 한국시리즈 진출에 한발 더 다가섰다.
현대는 1회말 톱타자 전준호의 볼넷과 박종호의 우월 2루타로 만든 무사 2,3루에서 1차전 4타점의 주인공 카펜터의 좌익수 희생플라이와 박재홍의 땅볼로 가볍게 2점을 선취했다.
이어 현대는 또다시 카펜터가 5회 왼쪽담장을 넘기는 솔로홈런을 터뜨려 김수경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김수경은 낮게 깔리는 직구와 위력적인 슬라이더를 앞세워 6회 2사후 김종훈에게 안타를 맞은 것을 빼곤 7회 1사까지 1안타에 볼넷 4개만 허용하는 무실점 투구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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