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도 금메달 받을 자격이 있어요.”
2000시드니올림픽이 끝난 지 3주 만에 대회 마지막 금메달의 주인공이 에티오피아의 마라톤 우승자 게자네 아베라에서 노르웨이 여자축구 선수 톤네센 안네로 바뀌게 됐다.
안네가 뒤늦게 금메달을 받게 된 것은 어머니의 ‘편지 한 장’ 때문.
안네는 올림픽 여자축구 두 번째 경기에서 뇌진탕으로 보따리를 싸야 했고 결국 결승전에 못 뛴 안네는 노르웨이가 미국을 꺾고 대회 우승을 차지했을 때 18명의 동료가 나란히 금메달을 목에 거는 장면을 TV로만 지켜봐야 했다. 이 중 한 명은 안네 대신 출전 엔트리에 이름만 올려놓은 채 단 한 경기도 뛰지 않은 선수였다.
안네의 딱한 사정은 노르웨이 국내 언론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지만 달리 방법이 없는 것 같았다. 그러자 안네의 어머니는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위원장에게 사정을 호소하는 편지를 보냈다. 기대를 하지는 않았지만 울적한 딸의 모습이 안쓰러워 그대로는 있을 수 없었던 것.
그런데 기쁜 답장이 돌아왔다.‘우승팀의 모든 선수는 금메달을 받을 수 있다’는 것. 편지를 보낸 사실조차 몰랐던 안네는 어머니의 품에 안겨 뒤늦은 우승의 감격을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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