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 소회의실. 의원들이 하나같이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노트북 컴퓨터의 모니터에 뜬 영상들을 바라봤다.
김희선(金希宣·민주당)의원이 인터넷 상에 유통되는 난잡한 성행위와 살인 폭력 장면 등을 CD에 담아 시연회를 가진 것. 역겨움 탓인지 의원들은 이내 자리를 회의장으로 옮겨 정보통신부 국감을 계속했다.
김의원은 “이런 음란 폭력사이트는 전체 인터넷정보 중 약 10%에 달하는 10만여개가 운영되고 있다”며 “이는 ‘마마 호환’보다 더 무섭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고도 밝고 건강한 정보화사회가 이뤄질 수 있겠느냐”고 따졌다.
그러나 음란 폭력사이트에 대한 규제와 단속이 시급하다는 김의원의 의견에 동의하는 의원들은 그렇게 많지 않은 듯했다. 의원들은 대체로 음란 폭력사이트가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해악을 우려하면서도 법적인 제재나 단속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우선 이상희(李祥羲·한나라당)위원장은 “정보화사회가 성숙되기 위해선 이런 역기능도 불가피한 점이 있다”며 “법적 제도로 규제하기보다는 인내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부 의원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인터넷 내용등급 자율표시제와 관련해서도 인터넷사업 활성화를 저해하고 불필요한 검열시비를 낳아 ‘네티즌의 보안법’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동영(鄭東泳·민주당)의원은 “자고 일어나면 수천개씩 새로운 사이트가 생겨나는 상황에서 과연 자율규제나 단속이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등급표시제는 교각살우(矯角殺牛·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인다는 뜻)의 잘못을 범할 수 있으므로 시간을 두고 검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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