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를 부여하고’의 ‘부여’→‘서기 2세기 경부터 존속했던 예맥족’.
‘순수성을 고수하고’의 ‘고수’→‘북치는 사람’.
‘광주 비엔날레’의 ‘광주’→‘발해 62주의 하나’.
재외동포재단이 만든 ‘한민족 네트워크’(www.okf.or.kr)라는 사이트의 ‘가상 모국 체험공간’에 붙여놓은 단어의 주석이다. 대부분 동문서답식의 엉터리 주석.
만일 해외동포들이 이 사이트에 들어가 모국어를 배운다면 어떻게 될까. 정작 모국인들과의 의사소통은 엉망이 될 것이다. 아마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을지도 모른다.
이 사이트의 앞뒤 문맥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단어 주석’은 기가 막힐 정도다. ‘편을 갈라 공수를 정한다’에서 밑줄이 그어진 ‘공수’를 클릭할 경우 ‘무당이 신들린 상태에서 신의 말을 하는 것’이라는 주석이 나온다.
또 ‘농업기술이 고도로 발달했다’에서 ‘고도’는 ‘천문학적 용어로 지평선을 기준으로….’, ‘현세 이익적인 신앙’에서 ‘이익’은 ‘조선시대의 문신’으로 돼 있다. ‘남자가 부르는 남창’에서 ‘남창’은 ‘조선시대 금위영 소속의 창고’이고, ‘무사태평하다’에서 ‘무사’는 ‘무예와 싸움을 익혀 전쟁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도령이 장가 좀 갈려구’에서 ‘장가’는 ‘단가에 대비되는 긴 노래’로 풀이돼 있다.재외동포재단의 한 관계자는 “한국전산원에 용역을 줘 사이트를 만들었는데 용어사전 프로그램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20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의 재외동포재단 국감에서 문제를 제기한 임채정(林采正·민주당)의원은 “프로그램에 문제가 있다면 차라리 만들지를 말지”라며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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