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막히는 단기전 승부일수록 뒷얘기는 더욱 재미있다.
1차전 9회말 진필중의 끝내기 폭투로 역전패를 당한 두산의 김인식감독은 이날 경기 전 “그래도 잠은 잘 잤어. 스퀴즈에 대비해 공을 한 두 개 뺐어야 했는데 못 뺐으니 나 때문에 진 거지 뭐”라며 선수들의 부진과 실수에 대해 결코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다.
반면 감독 초년생인 LG 이광은감독은 9회말 동점을 만든 뒤 1사 주자 3루에서 왼손타자 이종렬에게 과감하게 초구 스퀴즈번트를 시도한 모험에 대해 “다음 타석이 이병규와 양준혁이라 승부를 걸어올 것이라 예상했다”며 작전 성공에 대한 쾌감을 드러냈다.
시즌을 통해 이감독이 시도한 스퀴즈 플레이는 두 번밖에 되지 않았으니 1차전에서의 스퀴즈 성공은 2차전에서도 그와 LG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러일으킨 결과가 된 셈이다.
그래서였을까. 2회말 1사 1, 2루 찬스에서 유지현에게 과감하게 히트 앤드 런 작전을 지시해 초반 2―0의 리드를 잡은 것은 첫날 작전 성공에 의한 연장선으로 봐도 좋을 것이다.
반면 1차전에서 기습공격에 당했던 김감독은 8회초 무사 1루에서 번트의 귀재 정수근에게 원볼에서 상대의 허를 찌르는 강공으로 좌전안타를 뽑아내 무사 1, 2루를 만든 뒤 기어이 1점을 뽑아내 리드를 잡는 데 성공했다.
감독들의 작전을 깊이 있게 지켜보면 정석과 변칙, 안전과 모험 사이를 오간다. 그래서 감독들이 경기 후 잠 못 이루는 밤은 반복된다. 결국 2차전은 두산의 승리로 끝나 양 감독의 배짱 싸움 역시 1승1패가 됐다.
(허구연/야구해설가)koufax@net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