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막을 내린 서울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 쏠린 관심을 주가(株價)로 표현한다면 어떻게 될까. 외신기자나 각국 대표단은 ‘주가가 특별한 호재가 없어 액면가 이하로 떨어졌다가 갑작스레 튀어나온 3대 호재 덕분에 기대 이상이었다’고 보고 있다.
사실 서울 ASEM은 뜨거운 이슈가 없었다. 각종 구호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와 유럽은 아직도 먼 나라처럼 느껴졌고, 더욱이 미국이 배제되어 국제사회를 주도할 이슈를 만들어내는 데 처음부터 한계가 있었다.
게다가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조지프 에스트라다 필리핀 대통령 등 4, 5개국 정상의 참석 여부도 불투명했다. 국내정치 문제를 이유로 참석 여부를 확정짓지 못했다. 이들 모두 국내문제가 더 급했고, 당연히 ASEM 주가는 바닥권을 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게 됐다는 소식이 13일 날아들면서 ‘시장 분위기’는 반전되기 시작했다. 당초 4∼6회로 예정됐던 김대통령과 회원국들간의 정상회담이 일약 14회로 늘어났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올해의 경영인’으로 떠오른 최고경영자(CEO)를 만나겠다고 앞을 나선 셈인데 당연히 주가를 띄울 호재였다.
외교부의 끈질긴 노력으로 블레어 총리도 막판에 회의에 참석키로 했다. 호재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었다. ASEM 기획단의 정성윤씨는 “외신기자 등록 신청건수가 예상보다 적었지만 노벨상 발표 이후 신청이 급증했고 블레어 총리 참가 결정 이후 전무했던 영국 취재진이 앞다퉈 신청했다”고 말했다.영국 독일 네덜란드가 “대북한 수교가 임박했다”고 발표한 것은 제3의 호재였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의 로즈마리 베넷 기자 등이 “ASEM에서 정식 의제는 아니지만 유럽국가의 대북한 관계 개선 문제가 ‘서울 평화선언’에 포함될 수 있을 것”으로 점친 대로 주가는 일제히 반등했다. 독일 ZDF방송의 일본지국장 게르트 안할트는 “26개국 정상이 손을 맞잡은 그림 정도가 취재거리였는데 북한 이슈가 터져나와 무엇으로 취재 아이템을 잡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사라졌다”고 털어놓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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