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폐막된 제3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는 ASEM이 명분뿐인 정상들의 ‘잔치’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구체적인 발전방향을 설정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특히 20일의 1차 정상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채택한 ‘한반도 평화에 관한 서울선언’은 남북한이 역사적인 화해 협력시대를 열고 있는 시점이어서 우리에게는 더욱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일부에서는 선언에 북한의 책임과 의무에 대한 표현이 없다고 아쉬워하는 모양이지만 아시아 유럽의 26개 국가들이 현재의 남북한 관계를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는 사실은 한반도 평화보장을 위해 큰 뜻을 지닌다. 당장 상당수 유럽 국가들이 북한과의 수교를 서두르는 것만 봐도 이번 서울회의의 영향을 실감할 수 있다.
어제 채택된 ‘아시아유럽협력체제(AECF)’선언 역시 아시아와 유럽 사이의 다방면에 걸친 교류 협력방안을, 과거와는 달리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사실 지난 1, 2차 ASEM회의는 ‘알맹이’ 없는 구호만 나열했다는 혹평을 받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향후 두 대륙간 협력 사업들을 분명히 정함으로써 ASEM은 명실상부한 지역협의체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그러나 ASEM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회원국 상호간의 긴밀한 유대강화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ASEM은 그 성격상 구속력을 갖춘 실천기구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협의기구이기 때문에 합의사항을 실천하려는, 회원국들의 자발적이고도 적극적인 참여 의지가 중요하다. 그 같은 동기를 자극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꾸준히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의장국인 우리로서는 26개국 정상 및 정상급 대표들이 한꺼번에 참석한 서울 회의가 별 탈없이 진행되고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둔데 대해 뿌듯한 마음을 가질 만도 하다. ASEM을 반대하는 시위가 곳곳에서 벌어지기는 했지만 행사가 큰 차질없이 진행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이번 행사의 준비와 운영미숙에 관련된 비판의 목소리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시민들의 교통불편은 어쩔 수 없다 해도 그 불편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외국 인사들에 대해서는 과공(過恭)을 하고 정작 우리를 알리는 일은 소홀히 해 ‘선심 만점, 홍보 빵점’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행사를 전반적으로 관리하는 총괄센터도 없는데다 안내책자마저 오류가 많아 외국인들이 불편을 겪었다는 소리도 들린다. 이 같은 지적들은 앞으로 있을 또 다른 대규모 국제행사를 위해서도 새겨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