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국가(國歌) 논쟁이 한창이다. 현재의 ‘애국가’를 개정하는 문제를 놓고 여론조사와 토론회가 이어지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지시로 ‘특별위원회’도 구성될 예정이다.
현재의 ‘애국가’는 91년 소련이 해체되면서 보리스 옐친 당시 대통령이 옛 소련국가를 폐지하고 일방적으로 국가로 정한 것. 그러나 공산당이 장악한 하원은 그동안 ‘애국가’를 공식 인정하지 않았다.
국가 논쟁에 불을 지핀 것은 정치나 이념이 아니라 국민의 ‘옛 향수’였다. 민영 NTV가 행인들을 상대로 ‘애국가’를 들려 주었으나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던 것. 그러나 소련국가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 70여년 동안 들어온 이 음악의 곡조가 러시아인들의 귓속에 뿌리박혀 있기 때문이다. 공산당 소속의 한 하원의원은 “대부분의 기성세대가 소련국가를 들으며 자랐는데 옐친 대통령이 하루아침에 이를 폐지했다”고 비난했다. 인테르팍스 통신의 여론조사 결과도 38%가 소련국가를 선호해 애국가(21%)를 압도했다.
음악적으로도 알렉산드르 알렉산드로프 작곡의 소련국가가 미하일 글린카의 ‘애국가’보다도 더 낫다는 평가다. 또 미국 관광객이 많이 가는 모스크바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소련국가에 맞춰 스트립쇼가 벌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분노한 국민의 동정여론까지 업고 있다.
일부에서 국제공산주의 운동가인 ‘인터내셔널’ 등을 거명하거나 아예 새 국가를 만들자는 의견도 있으나 현재로는 소련국가가 여론의 지지를 얻고 있는 것.
그러나 ‘굳건한 소비에트…’로 시작하는 가사는 이제는 어울리지 않아 고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새 국가는 국민투표로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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