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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인터뷰]자우림, "일본 마니아 공략하겠다!"

입력 | 2000-10-22 17:24:00


'자주빛 비가 내리는 숲'. 몽환적인 이름을 갖고 있는 4인조 록 밴드 '자우림'이 지난 20일 오후 4시 본사를 찾았다. 지난 10월7일부터 15일까지 일본 삿포로, 도쿄, 오사카를 잇는 투어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마친 이들은 일본 진출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자우림'의 자신감은 수백만 장의 음반 판매고를 올릴 수 있겠다는 식의 자신감이 아니었다. 한국의 록 사운드가 일본 마니아들을 사로잡을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었다. 일본 공연 소감을 비롯해 그들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생각들을 들어보았다.

▼ 첫 일본 공연을 펼친 소감은?

- 이선규(기타 및 보컬): 사실 일본에 우리 얼굴이 알려져 있지 않아서 썰렁할 것 같아 약간 걱정도 했었다. 하지만 그냥 우리가 하던 대로 보여주자는 생각으로 열심히 노래하고 연주했는데 반응이 무척 좋았다.

김윤아(보컬): '안녕 미미'를 일본어로, '헤이헤이헤이'를 영어 버전으로 불렀고 '매직카펫 라이드' '뱀' '새' '욕' 등 10곡을 선보이면서 흥겹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특히 40~50대 아줌마 아저씨들이 공연 현장을 찾아온 것을 보며 남녀노소가 대중문화를 공유하는 일본의 현실이 부러웠다.

▼ 그럼 구체적인 일본 진출 계획은 잡혀있나?

- 윤아: 제안을 많이 받았고 올해 연말에 다시 한번 일본에서 공연을 갖는다. 내년 쯤 현지에서 음반을 낼 예정이다. 하지만 일본어로 노래를 부르지는 않을 작정이다. 99년 중국의 왕정문이 중국어로 노래를 불러 일본에서 성공했듯 우리도 음악이 경쟁력을 갖는다면 말을 바꿀 필요는 없다고 본다.

신중하게 고민중인데 빅히트 가수보다 마니아를 위한 일본 진출이 될 것 같다. 주위에서도 마니아를 타킷으로 하자는 조언도 있어서 1년에 1~2회 정도 정기적인 일본 콘서트를 열 것 같다.

◀ 10월 일본 공연시의 자우림

▼ 현지 공연과 일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어렵지는 않았는지.

- 윤아: 지난 1년 동안 일어 공부를 열심히 해서 의사소통에 어려움은 별로 느끼지 못했다.

구태훈(드럼): 어디를 가든 대기실에 음식과 음료수를 비치해 놓는 등 뮤지션에 대한 대우가 좋아서 힘든 점이 없었다. 게다가 언제나 통역이 옆에 있었다(웃음).

선규: 일본의 음향 시설은 한마디로 완벽했다. 어떻게 '비틀즈'가 60년대에 일본 공연을 성공적으로 열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 좋아하는 일본 뮤지션은 누구인가?

- 태훈: 여가수 시나 링고와 퓨전 재즈 뮤지션 조이의 음악이 인상적이었다. 록 밴드 '블링캣 젯 시티'의 음악도 추천하고 싶다.

윤아: '피지카토 파이브' 와 시나 링고, 우타다 히카루, '주디 앤 메리'의 음악을 즐겨 듣는다. 특히 '붐'이라는 밴드의 미야자와 가츠후미가 발표한 2장의 솔로 음반은 정말 좋다.

선규: 원래 일본 음악은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현지 방송에서 나오는 인디 밴드의 음악을 들으며 생각이 달라졌다. '스컹크' '심벌스' 등의 음악은 상당한 수준을 갖고 있었다.

김진만(베이스): 나도 공감한다. 일본 공연을 끝내고 서울로 돌아오는 날 이름도 생소한 인디 밴드의 음반을 여러 장 구입했다.

▼ 3집에 수록한 '매직 카펫 라이드'라는 노래가 일본 그룹 '피지카토 파이브'의 노래 제목과 같은 것도 일본 음악을 좋아해서 그렇게 붙인 것인가?

- 윤아: 그런 건 아니다. 음악도 다르고 '매직 카펫 라이드'라는 제목의 노래가 세계적으로 수십 곡이나 된다.

▼ 이제 '자우림'도 데뷔한 지 3년이 되었다. 클럽 밴드에서 프로 뮤지션으로 거듭나면서 달라진 게 있다면.

- 선규: 외형상으로 변화된 것이 있을지 몰라도 우리는 언제나 '초심'(初心)이다. 잃은 것은 별로 없는 것 같고 우리가 하고 싶은 음악을 마음껏 할 수 있다는 게 변화라면 변화다. 조만간 비정규 번개 콘서트를 몰래 열기로 했다. 클럽에 친한 사람들을 초대해 우리가 좋아하고 즐기는 음악을 밤새도록 노래하는 자리로 꾸밀 예정이다.

▼ 3장의 앨범이 평균 20만장이 넘는 음반 판매고를 올렸는데 돈은 얼마나 벌었나?

- 윤아: 같은 또래 회사원 연봉보다는 많이 벌었다. 음반 인세 각종 출연료 등 멤버 1인당 1억 내외 정도? 대부분 악기나 녹음 기기를 사는데 투자했다. 개인적으로 내 방에 모듈 샘플러 기타 5대 피아노 등 미니 스튜디오로 꾸몄다.

▼ 밴드의 홍일점인 김윤아의 섹시한 미소가 '자우림'의 인기를 주도한 부분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여성 보컬의 카리스마가 너무 강한 건 아닌가?

- 윤아: 그렇게 봐준다니 고맙다(웃음). '헤이…'를 부르면서 생글생글 웃으면서 노래한 것은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이용하자는 의도였다. '자우림'에 어울리는 비주얼을 사용했다고 할 수 있다.

▼ 사실 국내 가요계를 현실에서 그룹의 생명력이 짧은 게 사실이다. '자우림'은 얼마나 유지될 것 같나?

- 선규: 지난 3년 동안 함께 생활하면서 멤버 서로가 애착을 갖고 있다는 게 스스로 신기하다. 큰 욕심 없이 완성도 높은 음악을 선보인다면 앞으로도 별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진만: 그 동안 즐겁게 음악을 했고 멤버들 모두에게 감사한다. '자우림'의 음악은 계속 될 것이라 믿는다.

윤아: 운이 좋았고 서로가 너무 잘 맞는다. 아마 '산울림'을 제외하고 이렇게 사이가 좋은 밴드는 아마 없을 것이다.

▼ '자우림'도 중견 그룹에 속하는데 앞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음악은 무엇인가?

- 윤아: '얽매이지 않는 발랄함'이 우리의 매력이라고 하더라. 아직 보여주지 않은 게 더 많고 '자우림'만의 색깔을 계속 만들어갈 것이다.

▼ '매직…'의 후속곡 '뱀'의 뮤직 비디오는 무척 도발적이고 야한 느낌인데.

- 윤아: 노래에 맞는 설정일 뿐이다. 원래는 4명의 정신병자가 한 마을로 잠입해 난동을 부리는 내용이었는데 심의에 걸릴까봐 내용을 수정했다.

▼ 27일부터 3일간 서울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에서 앵콜 콘서트를 여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이벤트를 보여줄 것인지 소개해 달라.

- 선규: 일본에서 돌아온 지 얼마 안됐지만 꾸준히 연습을 했기 때문에 별 무리는 없다. '원더랜드 어드벤처'라는 공연 이름처럼 디즈니랜드에 와 있는 듯한 다양한 퍼포먼스와 흥겨운 노래를 들려줄 것이다.

▼ 요즘 우리네 가요계의 인기 스타들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나?

- ('자우림'이 한 목소리로)관심 없다. 견해를 말할 만한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다만 좋은 소형 가수들이 많이 등장했으면 한다.

▼ 화제를 우리네 사회로 바꿔 보자. 최근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받은 것과 남북화해 무드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나?

- 태훈: 일본에서 TV를 통해 노벨 평화상 수상 소식을 들었는데 대통령의 팬으로서 가슴 뿌듯했다.

- 윤아: 남북화해의 조짐? 남이 북을 돈으로 사는 것은 아닌지.

- 선규: 좋은 일이긴 하지만 너무 호들갑스러운 것 같다.

▼ 제2의 경제 대란이 온다는 지적도 있는데.

- 윤아: 사람들이 약간 미친 것 같다. 내 친구 중에 직장인 부인이 있는데 백화점에서 사재기를 하는 모습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그런 낭비는 전혀 건설적이지 않은데 말이다. 소비자들이 잘 써야 나라가 사는 것 아닌가?

▼ 끝으로 자우림의 특별한 계획은?

- 윤아: 여성운동에 관심이 많아 참여연대의 '기부문화운동'에 참여했다. 사회구성원으로서 공동체를 위해 1%를 기부하기로 했다. 돈보다 뜻깊은 운동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김문윤아'(부모의 성을 딴 이름)로 프로젝트 음반을 발표할 예정이다.

- 진만: 개인 프로젝트 앨범 계획은 누구나 있지만 부지런한 사람이나 낼 수 있을 것이서 내가 낼지는 잘 모르겠다(웃음).

'자우림'은 1시간 남짓한 인터뷰 시간 내내 진지하고 솔직하게 답변했다. 이성 친구가 있느냐는 질문에 김윤아와 이선규는 "그럼요. 잘되고 있어요"라며 미소를 지었고 구태훈은 "너무 많아 걱정"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반면에 김진만은 "솔로로 굳건히 잘 지낸다"며 털털하게 웃었다.

일본에 마니아를 만들어 보겠다는 '자우림'의 소박한(?) 목표는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이들의 톡톡 튀는 사운드는 물론이고 그룹에게 가장 중요하다는 '하나된 모습'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자우림'의 행보는 아직도 진행중이다.

황태훈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