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 부스트너씨(24)는 시애틀에서 활동하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다. 98년 대학을 졸업했을 때 그녀는 ‘평화봉사단(The Peace Corps)’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싶었으나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빈민국의 경제지원 등을 통해 세계평화를 증진하는 이 단체에서는 컴퓨터에 대한 자신의 전문지식을 활용할 기회를 찾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그녀가 최근 직장에 휴가원을 제출했다. ‘평화봉사단’의 하이테크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괴짜봉사단(Geekcorps)’의 자원봉사자로 3개월 동안 아프리카 가나에서 생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녀가 맡은 임무는 가나의 컴퓨터 기술자들에게 자바나 유닉스 등 프로그래밍 언어를 가르치는 것이다.
최근 Geekcorps와 같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의 정보격차(Digital Divide)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자원봉사단체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Geekcorps는 컴퓨터 전문가인 에던 추커먼씨(27·우측 사진)가 개발도상국의 정보화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세운 단체. 93년 가나에 아프리카 음악을 공부하러 갔다가 현지 도서관의 열악한 상황을 지켜봤던 추커먼의 경험이 단초가 됐다. 결국 지난해 자신이 운영하던 회사를 라이코스에 팔아넘기고 컴퓨터 ‘괴짜’들을 규합, 35만달러의 자금을 모아 컴퓨터 전문가 6명을 가나에 파견했다.
순수한 민간단체인 Geekcorps와는 별도로 유엔이나 미국 정부 차원에서 개발도상국의 정보화를 지원하는 사례도 있다. 미 정부는 98년부터 ‘글로벌 테크놀로지 봉사단’이라는 이름으로 코소보 나이지리아 등에 컴퓨터 전문가를 파견하는 단체를 후원하고 있고, 8월에는 유엔에서도 보츠와나 에콰도르 등의 나라에 전문가 37명을 보냈다. 또 최근 ‘평화봉사단’에서도 정보격차의 심각함을 깨닫고 컴퓨터 전문가들을 영입해 개발도상국에 보내기 시작했다.
국제텔레커뮤니케이션연맹에 따르면, 현재 인구 1000명당 인터넷 사용자는 미국이 대략 400명인 반면 아프리카 국가는 3.5명 정도. 이미 통계로 드러나기 시작한 국가간 정보격차의 심각함 때문에 유엔개발계획(UNDP) 같은 국제기구에서도 개발도상국 정보화를 지원하는 민간단체가 늘어나기를 바라고 있다.
UNDP에서 정보 및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담당하는 데니스 킬훌리 국장은 “개발도상국의 정보인프라를 지원하는데 있어서 Geekcorps처럼 ‘아래서 위로’ 접근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들의 활동이 개발도상국의 미래를 위해 희망의 씨앗을 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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