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원준(24·LG투자증권)은 부리부리한 눈망울과 인상적인 쌍꺼풀로 ‘모래판의 왕눈이’로 통한다.
그가 그 큰 눈에서 감격의 눈물을 뚝뚝 흘렸다. 데뷔 만5년만에 처음으로 지역 장사 타이틀을 차지한 것.
염원준은 22일 충북 음성체육관에서 벌어진 2000음성장사 씨름대회 마지막날 지역 장사 결정전 결승에서 같은 팀의 ‘골리앗’ 김영현을 3―0으로 누르고 난생 처음 꽃가마를 탔다.
첫 판을 시간 초과 무승부로 마친 염원준은 두번째 판에서 안다리를 성공시켜 1―0으로 앞서 나갔다. 염원준은 세번째 판을 발목걸이로 따낸 뒤 마지막 네번째 판을 덧걸이로 마무리했다.
거창대회와 동해대회에서 백두장사와 지역 장사를 휩쓸었던 김영현은 이번 음성대회에서는 백두급 결승과 지역 장사 결승에서 모두 무너지는 수모를 당했다.
95년 9월 프로 모래판에 들어선 염원준은 ‘사연’이 많다. 몸담고 있던 팀이 번번이 해체됐던 것. 한보 씨름단에 처음 입단했지만 팀 해체로 97년 동성으로 옮겼다가 다시 동성이 해체되는 바람에 98년에는 연맹 상비군에 적을 두고 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지난해 강원 태백 소속이었다가 올해 5월 LG에 둥지를 틀었다.
백두급과 지역장사, 번외 대회를 통틀어 처음으로 우승한 염원준은 그동안 3차례 지역 장사 결승전에 진출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시다가 결국 ‘3전4기’를 이뤄냈다.
염원준은 이날 8강전에서 이태현(현대)을, 4강전에서는 김경수(LG)를 잇따라 꺾은데 이어 결승에서 김영현까지 이겨 명실공히 최고 장사임을 입증했다.
한편 이날 결승전에서는 심판진의 착각으로 세번째 판에서 염원준이 승리한 것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가 다시 네번째 판을 벌이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swon@donga.com
▽음성지역장사순위〓①염원준 ② 김영현 ③김경수(이상 LG) ④황규연(신창) ⑤신봉민 ⑥김용대 ⑦이태현(이상 현대) ⑧강성찬(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