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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시즌]현대 정민태-김수경-임선동 ‘삼겹 방패’

입력 | 2000-10-23 18:46:00


미국프로야구 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90년대의 팀’으로 불린 이유는 존 스몰츠―그레그 매덕스―톰 글래빈으로 이어지는 ‘선발투수 3총사’가 워낙 탄탄한 아성을 쌓았기 때문이었다.

91승(2무40패)으로 역대 페넌트레이스 최다승을 거둔 현대 유니콘스. 이 팀이 강한 이유는 투수들의 역할 분담이 정확히 이뤄진데다 정민태―김수경―임선동으로 이어지는 선발진이 다른 팀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규시즌에서 이 3명이 거둔 승수는 54승으로 팀 전체 승리의 59%를 도맡았다. 18승으로 공동 다승왕을 차지한 이들 세 명의 위력이 포스트시즌에서 배가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15승급 투수 2명을 보유한 팀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할 수 있다고 한다. 단기전에서 확실한 선발투수 2명만 있으면 감독이 야구하기 더없이 편한 것. 지난해 한화는 정민철―송진우 ‘듀엣’의 맹활약으로 우승을 거머쥐었다.

하물며 에이스급 투수가 3명이나 있다면 거의 ‘무적’에 가깝다. 7전4선승제의 단기전에서 사용하는 선발투수는 3명. 이 가운데 1, 2명은 약한 선발투수가 있기 마련인데 현재 현대는 3명 모두 빈틈이 없다.

플레이오프에서 방망이로 승부를 건 삼성이 어이없이 3연패한 이유다.

플레이오프에 차례로 선발 등판한 이들 ‘트리오’는 3경기 동안 타력의 팀 삼성에 단 3점밖에 내주지 않았다.

정민태는 6과 3분의2이닝 동안 2실점, 김수경은 6과 3분의1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역투했고 제3선발 임선동 역시 22일 대구 경기에서 5이닝 동안 1실점했다. 삼성 타선이 허덕이고 있는 동안 든든한 ‘방패’를 둔 현대 타자들은 부담감 없이 상대 마운드를 공략할 수 있었다.

‘3총사’의 위력에 대해 정민태는 “실력 외에 ‘얼굴’이 통하는 부분도 많다”고 설명한다.

그는 “야구는 정신적인 자신감이 승부를 많이 좌우한다. 상대 타선은 우리가 차례로 마운드에 설 때 느끼는 중압감이 굉장히 많을 것이다. 경기전부터 벌써 반은 먹고 들어가는 셈”이라고 밝혔다.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