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첫 미국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의 막판 대혼전을 벌이고 있는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와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는 승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등장한 부동층과 젊은 유권자를 잡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판세〓10월 초 TV토론회가 시작된 뒤 당초 예상과는 달리 공화당의 부시 후보가 그동안의 열세를 뒤집고 우위를 지키고 있다.
USA투데이지가 23일 발표한 예상선거인단 확보 조사에 따르면 부시 후보는 고향인 텍사스주 등 21개주에서 167명을, 고어 후보는 민주당 아성인 캘리포니아와 뉴욕 등 8개주와 워싱턴DC에서 131명을 확보하고 있다.
1주전과 비교할 때 부시 후보는 노스캐롤라이나주(14명)를 추가한 반면 고어 후보는 뉴저지 등 3개주(41명)를 상실한 상황. 경합지역은 플로리다 오하이오 등 22개주(240명)로 2개주가 늘어났다.
MSNBC방송의 추산에 따르면 부시 후보는 24개주(209명)에서, 고어 후보는 13개주와 워싱턴DC(총 175명)에서 우세를 보였다. 17일과 비교할 때 부시는 변동이 없는 반면 고어는 33명이 줄었다. 경합 주는 14개주(144명).
▽전략〓총 유권자가 2억600만명에 달하는 이번 선거의 승부처는 젊은층(18∼24세)과 부동층에 달려 있다. 젊은층의 투표율은 1964년 51%를 기록한 이래 줄곧 하향 곡선을 그려 96년에는 64년의 3분의 1수준으로 떨어졌다. 젊은이들의 큰 관심을 끌 만한 이슈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 지지성향이 높은 젊은층의 투표율 하락은 고어 후보에게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9월 한 달 동안 고어 후보는 30세 이하의 계층에서 8%의 지지율을 잃어 부시와 동률을 이룬 상태. 두 후보는 ‘젊은 표심’을 잡기 위해 경합지역의 대학교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유세 전략을 세웠다.
부동층과 중산층 공략을 위해 고어 후보는 23일부터 오리건주를 시작으로 교육 의료보험 등 민생 현안을 가정집의 식탁에서 논의하는 이른바 ‘키친 테이블(부엌식탁) 캠페인’을 시작했다. 또 23개주에서 90차례의 기자회견을 통해 부시 후보의 주지사 재임시의 각종 실정(失政)을 공격하는 10분짜리 비디오 테이프를 공개할 예정이다.
부시 후보는 28명의 공화당 출신 주지사를 앞세워 3일간 25개주 48개 도시에 대한 대규모 지방유세 계획을 세우고 막판 세몰이에 들어갔다. 특히 연소득 5만달러 이하 중산층에서의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어머니 바버라 여사와 부인까지 버스유세에 나서고 있다. 무당파 유권자을 겨냥하기 위해 존 매케인 애리조나주 상원의원 부부도 본격적인 지원유세를 시작했다.
▽투표시작〓투표일은 내달 7일이지만 오리건주는 20일 190만장의 투표용지 중 부재자 투표를 위한 1차분을 이미 우편으로 발송함으로써 사실상 투표과정이 시작됐다. 오리건주는 사상 처음으로 대선과 총선을 우편투표로 실시하는 데 일반 유권자들에게도 곧 투표용지를 발송한다.
이번 선거에서는 상원의 100석 중 33석, 하원의 435석 전부를 교체하는 투표도 함께 실시된다. 현재 상원(공화 55석, 민주 45석)과 하원(공화 223석, 민주 211석, 무소속 1석) 모두 공화당이 주도권을 쥐고 있어 공화당이 ‘8년 만의 백악관 입성과 의회 수성’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taylor55@donga.com
▼미국 대선투표 개황▼
△뉴햄프셔주 마을을 시작으로 50개주와 워싱턴DC에서 대통령선거인단(538명) 선출투표시작.
△한 주에서 최다득표한 후보가 그 주에 배당된 선거인단을 전원 가져가는 승자승 독식제.
△선거인단의 과반수 270명 이상을 얻는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며 동부시간으로 11월 7일 오후 9시(한국시간 8일 오전 10시)쯤 당락윤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