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부여박물관에 가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백제 토기 요강이 있다. 그것도 남성용 여성용 두 개가 나란히. 하나는 범모양으로 생겨 호자(虎子)라고 한다. 많은 사람은 이들을 남녀 요강으로 추정한다.
과연 그럴까. 일단 요강일 가능성이 농후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모저모 살펴보면 의문점 또한 적지 않다.
우선 남성 요강인 호자. 이 호자의 높이는 약 25㎝. 바닥에 놓아둔다면 남자들이 무릎을 꿇고 볼 일을 봐야 할 것이다. 다행히 무겁지 않아 한 손으로 들고 사용해도 별 불편이 없어 보인다. 그래도 불편한 것은 사실. 단순한 물그릇이라는 의견도 있다. 문제는 여성용에서 발생한다. 이 토기를 여성 요강으로 보는 사람들은 “앞부분이 높고 뒷부분이 낮아 걸터 앉기 편하고, 뒤쪽이 뾰족한 것은 밭에 거름으로 붓기에 편하도록 하기 위한 장치였다”고 말한다.
그러나, 직접 앉았다간 부서질 위험이 높다. 도자기는 강하지만 토기는 약하다. 약하다는 것은 여성 요강으로써 가장 큰 취약점이다. 남성용이건 여성용이건 요강같은 실용품이라면 차라리 나무를 깎아 만들었어야 했다. 실용적인 생활용품이었다기보다 의식용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에도 호자와 똑같은 모양의 유물이 있지만 대부분 도자기다. 도자기여서 걸터 앉아도 깨지지 않는다. 중국 것은 그래서 실용품이 확실하다.
우리에게 요강으로 추정되는 고대 유물은 이 두 점뿐. 남성용은 그런대로 이해가 가지만 여성용은 요강이라고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현재로선, 집터 같은 생활 유적에서 이와 유사한 유물이 나오기를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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