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본 중국 등 세계 주요 언론은 평양을 방문중인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의 움직임을 일거수일투족 예의주시하며 주요 기사로 계속 보도하고 있다.
CNN방송은 평양에 급파한 특파원을 매시간 전화로 연결해 올브라이트 장관과 북한 지도자들의 회담 상황 등을 상세히 전하고 있다.
LA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은 기자들이 북한 사회를 직접 접하며 보고 느낀 점들을 토대로 한 방북 인상기를 실어 눈길을 끌었다. LA타임스 밸러리 레이트먼 기자는 “28세의 대학 영문학 교수라는 안내원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 사실조차 모르고 있어 우리를 놀라게 했다”고 전했다.
일본신문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의 회담 사실을 모두 24일자 1면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이번 회담으로 일본 주변을 둘러싼 새로운 안보환경이 싹틀 가능성이 커졌다”고 평가하면서 그러나 “한국정부는 북―미의 급격한 접근으로 남북간 대화가 답보상태에 빠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일본 정부 내에는 급격한 북―미 접근이 분위기조성에 끝날 가능성이 있고언젠가는 김대중대통령의 햇볕정책도 바뀌지 않으면 안될 시기가 올 것이기 때문에미국과 한국이 너무 빨리 가는 데 대한 우려도 있다”고 보도했다.
홍콩의 명보는 중국이 올브라이트 장관의 방북 등 북―미 관계가 급진전됨에 따라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감소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분석가들의 말을 인용해 미국이 올브라이트 장관의 방북을 통해 중국 러시아와 함께 남북한에 대한 영향력 경쟁에 다시 진입하는 등 한반도가 주변 열강들의 새 각축장으로 급변했다고 분석했다.
독일의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국제사회가 최근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너무 성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으로 전세계가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지지하고 있으며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서 유럽 국가들이 앞다투어 북한과의 외교관계 수립 의사를 밝히는 등 국제사회의 대(對)북한 접근이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며 “그러나 북한 정권은 여전히 강압적인 수단으로 주민을 통치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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