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유지현
‘1번 타자의 활약 여부에 승리가 걸려 있다.’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톱타자를 다투는 LG 유지현(29)과 두산 정수근(23).
플레이오프가 시작되기 전부터 이들의 경쟁이 관심의 초점이 된 것은 당연하다. 3차전까지 진행된 플레이오프에서 이들은 감독과 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앞으로의 경기 역시 예측 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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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의 ‘꾀돌이’〓유지현은 시드니 올림픽 야구 대표팀을 선발할 때 ‘논란의 중심’에 섰던 선수. 사실 해태 김응룡 감독, 두산 김인식 감독 등 올림픽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진작부터 유지현을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한 상태였지만 팬들 사이에서는 이를 두고 말이 많았다.
대표팀 유격수 경쟁에서 현대 박진만과 두산 김민호에게 밀리더니 김민호가 부상으로 빠진 자리마저도 삼성 김태균에게 내줘 ‘3인자’의 위치도 확보하지 못한 것은 그를 좋아하는 팬들에게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일까. 플레이오프에서 유지현은 마치 대표팀 탈락의 ‘분풀이’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돋보이는 것은 ‘큰 경기’에 강한 관록. 유지현은 3차전까지 타율 0.429(14타수6안타)의 맹타를 폭발시켰다. 포스트시즌 12경기 연속 안타 행진도 이어가는 중이다.
▽두산의 ‘다람쥐’〓시드니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낸 정수근은 병역 문제가 해결돼 홀가분한 마음으로 포스트시즌을 맞았다. 정수근의 발걸음이 더욱 가벼워 보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인 듯.
플레이오프 3차전까지 타율 0.273(11타수3안타). 지난해 정수근의 타율이 0.325였고 다소 부진했다는 올 시즌 타율도 0.277이었으니 타석에서는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가 내려질 만도 하다. 그러나 정수근은 ‘발’로 ‘방망이’가 못한 몫을 충분히 만회했다.
두산이 승리한 2차전에서 정수근은 0―2로 뒤지던 3회초 가운데 안타를 치고 나가더니 2루와 3루를 연달아 훔쳤다. LG의 내야를 뒤흔든 정수근은 결국 득점까지 올렸고 이 득점이 역전의 기폭제가 됐다. 김동주의 부상, 우즈와 심정수의 부진 등 중심 타선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두산이 승리하려면 정수근의 이같은 주루 플레이에 기대를 걸지 않을 수 없다.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