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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 합의로 본 분업방향]성난 의료계 달래기 급급

입력 | 2000-10-24 19:02:00


정부와 의료계는 24일 합의내용을 발표하며 “의약분업을 조기에 정착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는 의료계 일각에서 주장하는 임의분업(선택분업)은 수용하기 곤란하며 분업원칙을 지키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환자 입장에서는 병의원에서 진료받고 약국에서 약을 받는 분업의 틀이 외형적으로 바뀌지 않는다. 그러나 의―정(醫―政)양측이 논의한 내용을 보면 환자 권리보다 의료계 입장을 배려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우선 진찰료와 처방료를 통합키로 함으로써 환자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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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처방료를 진찰료와 분리한 건 임의분업을 전제로 한 것이므로 통합하는 게 당연하며 통합하더라도 환자부담이 안늘어난다고 밝혔지만 본인부담금이 높은 종합병원은 액수가 높아질 수 있다.

또 심장병 고혈압 환자 등을 대상으로 만성질환관리료를 신설키로 해 장기간 질병을 앓는 환자들은 부담이 늘어나게 됐다. 고혈압 등 만성질환자들은 의약분업으로 약값이 크게 떨어져 그동안 혜택을 보았었다.

의―정 양측은 처방전 발행매수와 양식을 의약계 인사가 참여하는 ‘처방전서식개선협의회’에서 결정키로 했는데 환자와 약국용 2부를 앞으로 1부만 발행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아 환자의 알 권리를 외면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E메일과 팩스를 이용한 처방전은 지금처럼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기로 했지만 환자편의를 감안해 ‘보조적 역할’을 허용했다. 병원에서 팩스로 처방전을 보내 약을 지어놓게 한 뒤 처방전 원본을 갖고 가면 약을 내주도록 허용한다는 것.

처방전에 원내 주사제 사용여부를 기록하지 않는다는 부분 역시 논란의 소지가 있다. 약사는 처방전에 따라 약을 조제하면 되지 주사제 사용여부를 알 필요가 없다는 의료계 주장을 반영한 것.

그러나 주사제와 약을 동시에 복용할 경우의 부작용을 약사가 미리 확인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예상된다.

정부가 내년부터 도입할 예정이던 포괄수가제와 주치의제도는 의료계 반대로 여건을 조성한 뒤 시행키로 해 사실상 ‘무기연기’됐다. 포괄수가제란 진료횟수 및 입원기간에 관계없이 질병별로 정해진 의료비를 내는 제도.

단골의사를 정해놓고 질병관리와 상담을 받는 주치의 제도는 대형병원에 환자가 몰리는 현상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지만 의료계에선 가정의학과 등 일부 과(科)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환자가 줄어들 것이라며 내심 반대해 왔다.

song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