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포스트 모더니즘을 대변하는 바바라 크루거(55)가 뉴욕에서 석달여 동안 자신의 작품을 선보인데 이어 영국의 센세이셔널리즘을 대표하는 데미안 허스트(35)가 뉴욕 화단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22일(현지시간) 휘트니미술관에서 막을 내린 바바라 크루거전은 포스터나 광고를 연상케하는 사진 이미지와 자극적 메시지로 권력남용 금전만능주의 여성차별 등을 고발, 미국과 미국인의 치부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섹스 어필한 자태로 존 F 케네디와 로버트 케네디 형제의 어깨에 올라탄 채 특유의 백치미 웃음을 머금고 있는 마릴린 몬로 조각이 눈길을 끌었다. 작품제목 ‘가족(Family)’이 의미 심장하다. 대통령과 법무장관이었던 케네디형제가 몬로를 성적으로 공유했었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기 때문이다. 마릴린 몬로의 치마 밑을 들여다 보면 ‘리얼리즘’이 느껴진다.
흑백사진에 강렬한 빨간 글씨로 ‘I shop therefore I am(나는 쇼핑한다. 고로 존재한다)’ ‘Your body is a battleground(당신의 몸은 전쟁터)’와 같은 사회성 짙은 메시지를 던지기도 한다.
뉴욕의 명문 가고시안 갤러리가 현대 미술의 새로운 메카로 떠오른 첼시 입성 기념으로 마련한 데미안 허스트전(12월 23일까지)은 9월 23일 오픈 이래 뉴요커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뉴욕타임스 등 주요 언론이 앞다퉈 리뷰 기사를 다뤘고 6m 높이의 남성 인체 해부학 모델 조각 ‘찬가(Hymn)’가 전시 개막전에 150만달러에 팔렸을 정도. 뉴욕에서 그의 인기는 60년대 뉴욕에 왔던 그룹 비틀스에 버금갈 정도다.
‘이론, 모델, 방법, 접근, 가정, 결과와 발견들’이란 긴 제목이 붙은 이번 전시의 주제는 한마디로 ‘엽기’다. 토막난 신체가 들어있다고 써있는 검은색 비닐 봉투에 방향제를 올려 놓은 작품, 유리로 된 수조 속에 수술도구 의자 등 부인과용 의료기기와 컴퓨터 물고기 등을 넣은 작품, 비닐을 씌운 남녀의 시체와 힘줄과 내장 등이 담긴 통 등 부검실을 재현해 놓은 작품, 스테인레스 칼 수십개를 꼽아놓고 공기를 이용해 공중에 공을 띄워놓은 작품 등…. 압축 공기와 탁구공을 이용한 작품 코너는 관람객들을 동심으로 돌아가게 한다.
뉴욕 화단에서 눈길을 끄는 방법은 과거든 현재든 뭔가를 ‘잘하는 것’보다 무엇이든 ‘새로운 것’이어야 함을 이 두전시는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oscar@donga.com